냉동수면으로 현대에 다시 깨어난 스티브 로저스의 사연을 담은 마블 최신작 '캡틴 아메리카' [사진='캡틴 아메리카' 스틸] |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병원은 현재 치명상을 입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 개발한 가사상태 치료법을 조만간 적용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피츠버그 UPMC 프레스비테리언병원은 최근 환자의 몸에서 혈액을 뺀 뒤 가사상태로 만들어 치명상을 치료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혈액이 빠져나간 환자의 혈관은 10℃ 안팎의 생리식염수로 채운다. 수술 성공률이 높다고 판단한 병원은 실제 환자가 발생하는 대로 이 방법을 적용할 방침이다.
혈액을 빼고 생리식염수를 채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속적으로 산소를 필요로 하는 혈액세포의 움직임을 멎게 해 환자의 대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함이다. 환자 체온을 10℃로 낮추는 것은 혈액세포가 움직임을 멈추는 온도가 10℃이기 때문이다.
앞서 2002년 미시건주립대학교 연구팀은 돼지를 이용한 비슷한 실험에서 괄목할 성과를 얻었다. 심장에 상처를 입은 돼지의 혈액을 빼내고 생리식염수를 주입해 체온을 10℃ 정도로 맞췄다. 서둘러 외상수술을 한 결과 깨어난 돼지의 체온이 저절로 정상치까지 올라갔다. 직후 생리식염수를 다시 빼내고 원래 혈액을 주입한 결과 돼지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UPMC 프레스비테리언병원에 따르면 가사상태 수술법은 깊은 총상이나 자상 등을 입은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시간이 그대로 흐를 경우 가망이 없는 환자라도 일단 가사상태로 만든 뒤 재빨리 손상된 장기나 피부를 치료하고 다시 소생시키면 살 확률이 높다는 게 병원 설명이다.
다른 대학 병원의 전문의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애리조나대학 피터 리 박사는 “치명상을 입고 죽음이 임박한 환자라면 지금까지의 수술방법으로 거의 살리지 못한다”며 “저체온 가사상태로 만든 뒤 신체 구조적 부분을 우선 수술하면 그만큼 생존확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간의 몸속 세포들은 정상 체온일 때 다량의 산소를 필요로 한다. 예컨대 몸 구석구석으로 혈액을 돌리는 심장에 총을 맞고 실려 온 환자의 경우 체온을 10℃로 낮추고 가사상태에서 수술하면 심장이 멈추더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UPMC 프레스비테리언병원의 실험 내용을 자세히 분석하는 한편 병원이 곧 새 수술법을 실제 적용한다고 소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