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애들만 득세하는' 실리콘밸리..보톡스가 경쟁력?

기사입력 : 2014년03월25일 11:19

최종수정 : 2014년03월25일 13:40

TNR "연령차별주의 만연"..취업-투자 차별 보편적 현상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혁신의 아이콘 실리콘밸리에 연령차별주의(ageism)가 만연하고 있다. 30대만 되어도 늙은이 취급을 받는 곳이 바로 실리콘 밸리.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은 안절부절 못하며 때론 성형을 통해 어려보이려고 애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연령차별주의를 보도한 뉴리퍼블릭 표지.
23일(현지시간) 정치, 문화 등을 주로 다루는 잡지인 '뉴 리퍼블릭(TNR)'은 '기술 분야의 엄연한 연령차별주의(The Brutal Ageism of Tech)'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젊은이 선호 현상, 그리고 이 때문에 보톡스, 머리카락 이식 등의 성형수술이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동안 쌓은 경력이나 재능 등은 무시되고 있기도 하다는 얘기다.

과거 실력주의(meritocracy)가 우선이었던 실리콘 밸리를 요즘 지배하고 있는 건 어린 외모 지상주의.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현재 40대인데 어린 아이들과 이사회에서 겨뤄야 합니다. 부인과 아이들과 모기지 대출이 있어 보이지 않도록 해주세요"라고. 금요일에 성형외과가 북적이는 건 월요일 출근해서 조금이라도 더 어려보이는 외모를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남성들이 이런 경우가 많은데 얼굴의 반점을 없애는 레이저 시술이나 목 근육을 더 팽팽하게 하는 시술을 선호한다. 취업 컨설턴트들도 아예 요즘 명함이나 이력서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 링크드인(LinkeIn) 페이지에 올릴 사진을 '에너지나 열정이 넘쳐 보이게, 피곤하지 않게' 보이는 걸로 올리도록 권하고 있다.

젊은이를 선호하는 실리콘밸리 문화 때문에 성형 붐이 불고 있다고 뉴리퍼블릭이 보도했다.(출처=뉴리퍼블릭)
뉴 리퍼블릭은 이러한 전통은 컴퓨터가 막 개발, 등장했던 1960~70년대에서 비롯된 면이 있는 걸로 봤다. 당시 개인용 컴퓨터(PC)를 만드는 연구실에선 장발을 하고 맨발에 빈백 의자에 함부로 앉아있는 20대 젊은이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런 젊은 개발자들은 닉슨 대통령과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포스터를 공공연히 걸어두곤 했다. 전자공학에 미친 젊은이들이 하나둘 모여 38년 전에 만들어진 홈브루 컴퓨터 클럽(homebrew-computer-club) 역시 10대부터 중장년까지 문호를 개방해 두었다.

구글 등에 투자해 엄청난 이문을 남긴 벤처 캐피탈리스트 마이클 모리츠 전 세콰이어 캐피탈 회장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느냐의 측면에서 본다면 45세 이상의 사람들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모리츠의 투자 원칙은 간단했다. 투자받을 사람들이 굉장한 열정을 갖고 있는가, 이들이 가족이나 아이 같은 것들로 정신이 분산되지 않을 수 있는가. 젊은이 선호 풍토가 견고해지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지난 2011년엔 구글은 해고 당한 브라이언 리드라는 컴퓨터 과학자로부터 제소당했고 수백만달러를 주는 걸로 합의를 봤다. 브라이언 리드가 해고된 나이는 54세였고, 그는 구글에 근무할 당시 동료들이 '늙은이(an old man)'라든지 '늙은 잔소리꾼(an old fuddy-duddy)'라 지칭하는 걸 들어야 했고, 아이디어를 내면 '너무 낡았다'고 지탄받기 일쑤였다.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하는 30대의 한 여성 관리자는 "일하기 힘들다"고 상담해 왔는데 자신이 관리하는 팀원들이 나이를 이유로 말을 듣지 않고 "유년단 분대의 여성 지도자(den mother) 같다"고들 비웃고 있다고 한다.

(출처=CIO닷컴)
1999년 프리다 클라인이라는 컨설턴트가 5년간 22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명시적으로는 연령 차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당수 응답자들은 구직자들을 평가할 때 결혼했는지, 아이가 있는지, 근교에 살고 있는지 등을 가지고 평가했으며 나이가 좀 더 든 지원자들에겐 좀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부모인 사람은 이 일에 필요하지 않다"든지 "내 부모님 나이의 부하직원이 내게 보고한다는 건 끔찍하다" 등의 얘기를 했다.

잡지는 이러한 차별은 기술 세계의 '문화'라는 개념 속에 교묘하게 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실리콘밸리 내 구인 과정을 보면 프로그래머를 뽑고자 할 때 뽑는 사람과 같거나 낮은 직급의 사람들과 인터뷰하게 하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은 나이든 지원자는 떨어져나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벤처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 젊은이들이 최신 기술 전문가이며 파괴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넷스케이프로 세상을 놀라게 했을 때의 마크 안드레센은 20대 초반이었다. 지금은 벤처 투자를 하고 있는 안드레센은 "이 분야니까 어린 나이를 선호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면서 "사실 열 살에 다리를 짓지는 못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꼭 나이들었다고 혁신을 못한다는 법은 없다. 2005년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벤자민 존슨이 지난 100년간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의학상,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람들과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을 조사했더니 30대가 혁신적 결과의 40%를 만들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인 사람들의 기여도도 30%에 달했다. 놀랍게도 50대 이상인 사람들의 혁신 기여도는 13%에 달했고 20대 역시 13%였다고 잡지는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환율 한때 1480원대...2009년 3월이후 최고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2024.12.27 mironj19@newspim.com   2024-12-27 12:56
사진
'모바일 주민증' 27일부터 시범 발급 [세종=뉴스핌] 김보영 기자 = 앞으로 17세 이상 국민 모두가 주민등록증을 스마트폰에 담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7일부터 전국민의 신분증인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시범 발급한다고 26일 밝혔다.                             모바일 주민등록증= 행안부 제공2024.12.26 kboyu@newspim.com 행안부에 따르면,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먼저 세종특별자치시, 고양시 등 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발급을 해 시스템 안정성을 검증한 뒤 내년 1분기 중 전국에서 발급할 계획이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주민등록법령에 따라 개인 스마트폰에 발급되는 법적 신분증으로, 기존 주민등록증을 소지한 모든 국민(최초 발급자 포함)이 신청할 수 있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2021년부터 제공된 모바일 운전면허증, 국가보훈등록증, 재외국민 신원확인증에 이어 네 번째 추가되는 모바일 신분증이다. 행안부는 먼저 세종시, 전남 여수시, 전남 영암군, 강원 홍천군, 경기 고양시, 경남 거창군, 대전 서구, 대구 군위군, 울산 울주군 등 9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시범 발급하며, 이후 내년 1분기 중으로 전 국민에게 발급할 계획이다. 시범 발급 기간 동안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해당 지역인 주민들은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IC주민등록증'을 휴대폰에 인식시키거나 'QR 발급' 방법으로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신청할 수 있다. 전면 발급 시에는 정부24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며, 신청 시 6개월 이내의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QR 발급 방법은 사진 제출이 필요 없지만, 주민등록증 사진이 오래된 경우 모바일 신분증 앱에서 안면 인식이 어려울 수 있어 재발급 후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이 가능하다. 한편,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블록체인과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여 개인정보 유출 및 부정 사용을 방지하고 높은 보안성을 제공한다. 본인 스마트폰에만 발급되며, 분실 시에는 잠김 처리되어 도용을 막을 수 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1968년 주민등록증 도입 이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변화가 이루어졌다"며 "이번 시범 발급을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boyu@newspim.com 2024-12-26 13:1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