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 우왕좌왕...회사채 신용등급도 2단계 이상 강등
[뉴스핌=이영기 기자] 정부의 현대상선 회사채 차환지원으로 촉발된 구조조정이 시급하게 되면서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지분을 재산신탁으로 처분할 예정이다.
현대증권 지분 담보로 대출 받는 구조로 당초 사모펀드를 통해 매각하는 것과는 달리 보다 신속하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6개월간 재매각이 금지되기 때문에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처분의 다른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것을 검토한 KDB산업은행도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지분을 재산신탁하고 위탁은행인 산업은행이 이를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재산신탁 즉 유가증권 신탁이 될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보통 ABS를 발행하거나 수익권 처분 등 여러가지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신탁담보대출의 형태가 된다는 것.
현대그룹 소속 현대상선은 보유지분을 산은에 재산신탁으로 맡기면 산은은 이 지분을 ABS발행보다는 수익권담보대출 형식으로 현금을 확보해 줄 수 있다.
결국 수익권을 담보로 잡은 대출기관이 담보자산을 처분하는 형식으로 현대증권을 매각하게 되는 방식이다. 이런 처분구조는 실제 현대증권의 인수자가 결정됐을 때 협상과정에서 또 달라질 수도 있다.
이때 처분대상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지분 총 36%가 된다. 현대증권은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의 지분을 각각 100% 보유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그리고 실제 처분 방안이 바뀐데 따른 실질적인 시간적 손실이 없다 하더라도 현대증권의 처분이 매끄럽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렇게 구조조정이 지연됨에 따라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하거나 이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14일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상선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최근 'BBB+'에서 각각 'BBB0'와 'BBB-'로 낮췄다. 이후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상선의 회사채 등급을 'BB+'로 3단계나 내렸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자구계획안의 이행 등의 불확실성이 거론된다.
한신평의 관계자는 "그간의 영업부진으로 지난해말 기준 부채비율이 1397%로 회사채의 부채비율 유지요건 1000%를 넘어서 기한의 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구계획의 이행시기와 과정, 그 성과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등급하향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KB투자증권 정대호 연구원도 "현대그룹에 가장 중요한 사안은 자구계획안의 실질적 이행여부"라며 "또 향후 진행 될 회사채의 차환발행심사위원에서의 차환 지원 여부로 평가하는 만큼 이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개최되는 현대상선의 회사채 차환지원을 위한 차환발행심사위원회에서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이행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날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