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최근 들어 업계 채용 시장은 더욱 춥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의 경기가 살아날 뚜렷한 조짐이 없다며 채용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식음료업계의 채용 시장은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계절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내수 기반의 주요 유통·식품업계가 채용 규모를 동결하거나 줄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의 양보'를 주문하며 골목상권를 강조해 온 만큼 유통·식음료계가가 각종 규제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통업체들의 올해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사실상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뒷걸음 치고 있다.
백화점은 올해 신규 출점이 없어 채용 인원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대형마트 역시 불황에 의무휴업일 등의 규제로 인해 일자리 확대에 나지서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 채용 규모를 1300명 안팎으로 정했다. 지난해 상반기 1400명을 뽑았던 것과 비교해 10%가량 감소했다.
신세계그룹은 대졸 신입사원을 포함 올해 1만20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졸 신입사원은 소수만 뽑는다는 방침으로 정규직보다는 스타벅스의 무기계약직 채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AK플라자의 경우 상반기에는 채용 계획이 없고 하반기 지난해와 비슷한 30명 정도의 인원만 충원할 방침이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영업 규제를 가한 상태에서 정부가 유통업계에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역설일 뿐"이라며 "정부의 재래시장 살리기 정책으로 지난해부터 의무휴업이 실시되면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채용 사정도 녹록치 않다.
CJ그룹도 일자리 창출에는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경력단절 여성 취업 등 여성 일자리 창출에는 적극적이지만 신입사원 선발은 확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CJ그룹은 상반기 600명, 하반기 900명 등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서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하기로 했다.
지난해 출점규제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은 아예 신규채용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제빵업계를 중소기업적합업종(이하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파리바게뜨의 점포 확장이 2%로 제한된 SPC그룹은 실적 악화로 신규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출점 제한으로 실적이 부진해 정확한 채용 규모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상황이 안좋다 보니 많이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주요 기업들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함께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4년 500대 기업 일자리 기상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채용계획을 확정한 243개사의 채용예정 인원은 3만90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채용규모(3만1372명)보다 1.5% 감소한 수치다.
대한상의 측은 "올해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산업 현장에서 기업들은 아직 경기 회복세를 확신하지 못하고 채용규모를 쉽사리 늘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