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등급 부여… 보험사·연기금까지 투자 문 열려
금리 부담 확대… "사실상 정크 수준" 평가도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과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오라클(NYSE:ORCL)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연계된 수십억 달러 규모 대출을 자체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보험사와 사모대출펀드 등 외부 투자자를 적극 물색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TM(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붐 속에서, 은행권의 위험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FT는 금융시장 관계자들을 인용해 오라클이 오픈AI와 체결한 3000억 달러 규모 협력 계약에 따라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 가운데, 최소 560억 달러어치 건설 대출이 투자등급 신용등급을 부여받았다고 전했다. 인프라 건설 단계 대출이 투자등급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은행들은 이를 발판 삼아 기관투자가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 "은행만으론 감당 불가"… 데이터센터 금융, 한계 드러내
그동안 프로젝트 파이낸스 대출은 도로·공항 등 전통 인프라 중심으로 은행들이 직접 보유해 왔다. 그러나 최근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은행권의 대출 여력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오라클 자금 조달에 관여한 한 은행 관계자는 "가능한 모든 프로젝트 파이낸스 은행을 동원했지만, 은행 수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계속 대출을 하려면 결국 위험을 외부 투자자에게 넘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투자등급 부여… 보험사·연기금까지 투자 문 열려
은행들은 신용평가사와 약 2년간 협의를 거쳐 데이터센터 건설 대출에 투자등급을 부여받았다. 이는 보험사, 연기금, 사모대출펀드 등 보수적인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판도를 바꾸는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에 투자등급을 받은 대출에는 텍사스·위스콘신에 건설 중인 380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시설과, 블루 아울 캐피털이 지원하는 뉴멕시코 180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캠퍼스가 포함됐다. 두 프로젝트 모두 현재 투자자 대상 매각이 진행 중이다.
◆ 금리 부담 확대… "사실상 정크 수준" 평가도
다만 최근 오라클과 연계된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차입 비용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SOFR(담보부 익일 금융금리) 대비 3~4.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투기등급(정크)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앞으로 더 높은 금리의 대출이 나올 수 있다"며, 현재 시장에 나온 오라클 관련 대출 매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오라클 부채 우려도 부담
은행권의 부담은 오라클의 공격적인 AI 투자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시장에서는 오라클의 부채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회사는 이를 의식해 최근 250억 달러 규모 회사채를 추가 발행하면서도 투자등급 유지를 강조했다. 동시에 향후 주식 발행 가능성도 언급하며 채권 투자자들을 달래고 있다.
텍사스·위스콘신 데이터센터 금융을 주도한 JP모간과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은 이번 사안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오라클은 "해당 프로젝트 금융은 시장 표준 금리로 확보됐으며, 투자등급 거래에 부합하는 조건으로 최종 신디케이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은행권의 리스크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며, 향후 AI 인프라 금융이 은행 중심에서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