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정체성 훼손 여론엔 공격적, 정부정책 소신발언도
[뉴스핌=정연주 기자] 과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한은에 헌신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30여년간의 재직기간동안 다져진 그의 한은에 대한 '소신'이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운 이유라는 평가다.
한은의 한 인사는 "정부와 호흡을 맞추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어려움을 넘길 때 많은 공을 세웠고 한은에 헌신적이었던 면이 인정받고 있다"면서 "크게 무리하는 스타일은 아니며 인품도 온화하고 괜찮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 한은 정체성 훼손 여론에는 '공격적'.. 정부정책 소신발언도
이 지명자는 지난 리먼사태때 확인된 것처럼 필요시 정부와 유연하게 협조하는 합리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때로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4년 원화가치·유가·실업률이 모두 치솟으며 일명 '3고'를 겪었던 당시, 조사국장이었던 이 지명자는 정부가 실시했던 '고환율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물가상승을 부추겨 무리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며 경제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원화가치 상승을 어느정도 용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한은 고유의 정체성 침해를 경계하는 발언을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밝혔다.
2005년 재경부 인사가 콜 금리 동결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을 때, 금통위 의사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금리 조정 시 과거에도 정부는 인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면서 "정부는 금리정책과 관련해 금통위의 독립성을 존중해야하며 금통위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총재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정부가 매달 금통위에 참석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며 결국 금통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통한은맨답게 내부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김중수 총재 산하 한은 조직에 대한 비판은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때로는 한은에 쏟아지는 비판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은 조사국의 전망이 현실과 어긋남에 따른 비난에 그는 "가뜩이나 기존의 경제이론으로 우리경제가 설명되지 않아 조사국 직원들이 자괴감을 느끼는 마당에 여론이 조직의 수장까지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등 너무 매정하게 한은을 몰아세우고 있다"면서 "한은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할 지경이며 여론의 따끔한 질책도 필요하지만 합리적인 전제가 필요하다"고 언론에 하소연하기도 했다.
◆ 디플레이션 우려는 시기상조..정부-기업 서로 배려 필요해
최근 이 지명자가 언론 기고문을 통해 내린 경기 진단은 비관적이지 않다.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면서 "현 시점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바꿔 추가적인 완화 조치로 대응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면 초기 단계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 운용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은 통화정책 운용이 시장 기대와 괴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물가 안정은 한은의 최종 목표라기보다 국민경제 발전을 뒷받침하는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며 한은 역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칼럼에서 "경제 활력 저하와 저물가 추세 지속 가능성을 신중히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은 현 국내 경제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정책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진한 체감경기 개선을 위해 정부에 대한 신뢰와 기업 존중, 그리고 상호 배려를 통한 '자신감 회복'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지명자는 "과거 개발연대에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앞날의 비전을 제시하고 한 방향으로 힘을 모으는 돛의 역할을 했다"면서 "정부도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소상히 국민에게 밝히고 확실한 성장 전략과 실천 의지를 일관되게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