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속 변화' 추구할 듯‥부총재보 권한 약화 전망
[뉴스핌=김선엽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이주열 전 부총재가 내정되면서 한은 직원들도 다가올 변화의 바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임 총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듯이 이주열 총재 내정자가 몰고 올 변화에 대해서도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혼재된 모습이다.
일단 김 총재 시절처럼 인사폭풍이 몰아치면서 조직이 또다시 상처 입는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또 전임 총재 시절의 모든 개혁시도가 무위로 돌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왜곡된 부분에 대한 교정은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불만 아닌 불만을 내놓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하지만 막상 이 전 부총재의 '드라마틱한' 복귀가 예정되면서 ‘보여주기식’ 파격보다는 안정 속에 변화를 추구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전 부총재와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전직 한은 인사는 "양식이 있는 분인데 사화가 일기야 하겠는가"라며 "조직에 무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한은의 한 직원 역시 "혼란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전 부총재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도 사람인데, 김 총재와 일한 2년 동안 마음에 담아 놓았던 것들이 없기야 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우선 임원들만 놓고 보면 소위 ‘김중수 키즈’로 불리는 이들이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다.
강준오 부총재보와 강태수 부총재보, 김준일 부총재보는 임기가 내년 4월까지고, 허재성 부총재보와 서영경 부총재보는 아직 임기가 2년 넘게 남았다. 억지로 교체하기보다는 담당업무를 조정하는 선에서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부총재보들 전체의 권한이 지금보다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관측된다. 현재는 총재가 5명의 부총재보들을 통해 권한을 행사하는 중앙집권체제다. 외부출신으로 불가피했던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앙의 인사위원회가 각 국 팀장급 보직까지 결정하기 때문에 국장의 권한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이 내정자의 경우 내부 사정에 밝아 국장급에 힘을 실어주는 분권화된 체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8월에 국장급 인사를 단행해 자기 사람들을 심고 나면 부총재보들을 건너뛰고 국장급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직개편도 관심사항이다. 김 총재와 달리 긴 시간을 두지 않고 첫 인사부터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김 총재는 취임 후 4개월 후인 2010년 8월에 첫 정기인사를 실시했고 그로부터 1년 반 후 다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김 총재는 정책기획국과 금융시장국을 통화정책국으로 통합했고, 금융안정분석국을 거시건전성분석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또 기획국을 기획협력국으로 확대개편했고 커뮤니케이션국을 신설했다.
이 내정자가 덩치 큰 금융시장부를 계속 통화정책국 아래에 둘 것인지와, 김중수 총재 시절 신설된 부서들이 계속 존속할지 등이 관심사항이다.
또 현재 공석인 외자운용원장 자리도 주목받고 있다. 5인으로 구성된 전형위원회가 원장을 선발하지만 총재가 심사위원 선발권을 갖고 있어 차기 총재의 의중이 반영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