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시장은 헤지 차익거래…거래세 없애야"
[뉴스핌=최영수 기자] 정부가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를 추진하고 나선 것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침체된 시장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주식 거래세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파생상품에 대한 소득세 부과는 자본시장의 매커니즘을 무너뜨리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개혁소위는 지난 17일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당초 주식처럼 파생상품에도 거래세 부과를 추진해 왔는데 여의치 않자 양도소득세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 17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개혁소위원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재위 회의실에서 조정식 소위원장과 의원들이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체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 "장고 끝에 악수 뒀다"
정부가 '조세 형평성', '과세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자본시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다.
일부 과도한 투기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헤지 차익거래', 즉 주식시장에서의 손실 우려를 파생시장에서 헤지하려는 게 주된 이유이고, 이에 따라기초 투자는 물론 상품 개발과 운용을 위한 유동성 공급 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 거래는 거래세를 부과하고, 파생상품 거래는 소득세를 부과한다면 파생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자칫 메커니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관계자는 "파생상품 시장의 핵심기능은 헤지 차익거래인데 현 상황에서 양도세를 부과한다면 자칫 메커니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과연 현 상황에서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를 통해 실질적인 세수확보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라면서 "정부가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 '손실이연제' 도입하고 종합소득세 바람직
정부가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는 글로벌스탠다드'라는 원칙을 내세운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선진국들의 경우 대부분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금융소득세의 당위성을 주장하려면 우선 거래세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금융투자로 인한 손실을 일정기간 이연해 주는 '손실이연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금융소득세를 부과하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손실이연제'를 함께 도입해 지속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 거래세는 그대로 둔 채 파생상품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 균형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손실이연제를 함께 도입해야 지속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실 관계자도 "침체된 자본시장을 살리려면 거래세를 없애고 손실이연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면서 "실질적인 금융소득에 대해 종합적으로 과세하는 것이 조세정의에도 합당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 파생시장 미성숙 '시기상조'…"시장 살리는 게 우선"
무엇보다 금융투자업계와 거래소는 파생상품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증시가 침체되면서 파생상품 투자가 급격하게 줄었고, 관련 규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소득세를 부과하다간 가뜩이나 침체되는 파생시장의 현실로 보면 자칫 시장 자체가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고 시장을 살린 이후에 세금을 부과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에 가장 민감한 것은 역시 개인투자자인데, 지난해 개인투자자 비중이 30% 수준으로 급감했다"면서 "시장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