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가' 회원관리 실수…업계 "회원사에 책임 떠넘겨"
[뉴스핌=최영수·우수연 기자] 한국거래소가 전산장애의 원인이 '인재(人災)'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원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금융투자업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거래소는 14일 오전 발생한 전산장애에 대해 "시장참가자의 비정상적인 주문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거래소 실무자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9시18분부터 11시20분까지 약 두 시간 동안 거래소의 국채 3년물 매매가 체결되지 않는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즉각 회원사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이규연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이날 긴급브리핑을 통해 "시장참가자의 비정상적인 주문 입력으로 거래소 주문 시스템이 정상 처리 못하고 다운돼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 "가인가 회원관리 실수가 근본적인 사고 원인"
▲ 한국거래소 여의도사옥 전경 |
이틀 전인 지난 12일 인허가를 받은 바로투자증권이 '가인가' 상태에서 주문을 냈는데, 이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거래소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증권사가 가인가 상태에서 주문을 내면 안되는데, 미처 숙지가 안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오래된 중고차(현 전산시스템)를 미숙한 운전자(해당 증권사)가 운전하면서 사고를 낸 것과 같다"면서 현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거래소의 이번 사고를 회원사의 실수로 몰아가는 것은 비양심적인 행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거래소가 자신들의 관리책임을 회원사에 무책임하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용자(회원사)의 주문 실수로 인해 거래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자신들의 실수를 회원사에 떠넘기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브로커도 "이번 시스템 다운은 거래소의 책임이 크다"면서 "회원사들은 거래소가 만든 시스템에 따라 주문을 넣고 거래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 거래소 "차세대 전산시스템은 관련 없어"
거래소 측은 내달 도입하는 차세대 거래시스템(엑스추어 플러스)가 도입되면 이같은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래소는 약 500억원을 들여 도입한 엑스추어 플러스를 내달 3일 가동할 계획이며, 현재 시험운전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 상무는 "이번 장애는 시스템 장애가 아닌 국채 3년물 한 종목의 장애"라며 "차세대 거래시스템인 엑스추어 플러스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이번 장애와 같은 사고는 그동안 한번도 없었던 사고"라면서 "내달 차세대 거래시스템이 도입되면 이번과 같은 장애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자신들의 실수를 구형시스템의 문제나 회원사의 잘못으로 떠넘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우수연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