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내수, 의료·유틸리티·금융·유통株 유망…IT는 주의
[뉴스핌=정경환 기자] 4분기 실적 시즌이 절반을 지나고 있다. 이번에도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이익 하향 조정 양상이 계속되고 있어 업종별 투자 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율(기업 실적 전망치 대비 확정치 비율)은 한국이 -9.0%로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일본과 미국의 어닝 서프라이즈율은 각각 11.2%, 5.9%이며, 중국도 -3.8%를 기록하며 우리나라보다 양호하다.
안진철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358개 12월 결산법인(금융업 제외)의 201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4%, 8.4% 증가했다"며 "다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0.8%, -0.6%로 성장이 정체되고 이익은 줄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영업이익률도 2013년 6.0%로 2012년 5.7% 대비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이 4.3%로 2012년보다 낮아져 수익성도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4분기뿐만 아니라 올 1분기 실적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지난해 4분기 및 올해 1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전주 대비 각각 1.5%, 0.9%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 괴리율은 -30% 수준으로 과거 2년 어닝 쇼크의 60% 수준"이라며 "반면, 올해 연간 실적 감익 폭은 -7.5%로 과거 2년 평균의 2배를 넘어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 추이, 신영증권. |
이 같은 상황에서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 전망 분석에 따른 철저한 선별 투자를 주문하고 나섰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의료와 유틸리티 그리고 필수소비재업종 등이 유망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표된 대형주들의 실적이 시장의 예상보다 상당수 부진했음을 고려하면 앞으로 발표된 중소형주와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도 우려가 앞선다"며 "결국 어닝시즌의 후반부로 갈수록 중소형주보다는 실적 불투명성을 먼저 덜어낸 대형주에 대한 매매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2년 10월 이후 어닝시즌의 성과를 살펴본 결과에서 대형주를 중심으로 어닝시즌이 시작되는 첫 번째 달에는 중소형주와 코스닥시장의 강세가 뚜렷했지만, 어닝시즌의 후반부인 두 번째 달에는 대형주가 예외없이 강세를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남기윤 동부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시즌마다 어닝쇼크에 대한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이익의 성장만으로 투자를 하는 건 위험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익의 성장보다는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이 둔화됐거나 상승 반전하는 섹터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이익전망 변화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의료와 유틸리티 그리고 하향 조정이 둔화되고 있는 필수소비재가 유효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과 유통도 유망업종에 이름을 올렸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이익 성장이 가장 크게 나올 수 있는 금융업종에서 은행과 보험이 좋을 것"이라며 "아울러 수출주보다는 거시경제에 덜 휘둘리는 내수주로서 유통주도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섹터별 선·후행 주가수익비율 비교, 동부증권. |
반면, IT업종은 다소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정동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의 과거 실적을 살펴보면 유사성이 나타난다"면서 "미국에서 급격한 실적 하향 조정이 나타나고 있는 경기소비재와 IT 등은 미국과 한국의 상관관계가 높아 국내 기업의 실적 하향 심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