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홍콩 금융업계가 글로벌 투자은행의 채용 비리사태로 내홍을 앓고있다. 지난해 미국 수사당국이 JP모건 등 투자은행의 아시아 지역 채용 비리 문제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음에도 홍콩에서 중국 고위직 자녀에 대한 '특혜성 채용'이 줄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에 따르면, 주쥔웨이(朱俊偉) 등 크레디트스위스 임직원 2명이 중국 유력 기업가 자제 채용 의혹으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주쥔웨이 크레디트스위스 아시아 경영이사(사진)는 톈허화공(天合化工) 이사장의 딸을 채용하는 댓가로 이 회사의 상장 주관사 자격을 획득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톈허화공은 중국 대형 국유 석유기업인 CNPC와 시노펙의 주력 협력업체로 홍콩에서 10억 달러(약 1조 660억 원) 규모의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 홍콩 투자은행들은 근래에 보기드문 'IPO(기업공개) 대어'를 잡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업계에선 '텐허화공의 딸이 취업하는 회사=IPO 주관사'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톈허화공의 IPO 주관사 업무는 처음 JP모건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톈허화공 이사장의 딸인 웨이자오(魏橋)가 이 회사에서 근무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JP모건은 올해 1월 주관사 자격을 포기했다.
그 후 텐허화공 IPO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가 최종 선정됐지만 톈허화공 이사장의 딸 웨이자오가 지난해 10월 크레디트스위스로 이직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투자은행과 중국 고위층과의 '검은 뒷거래'가 다시 수면위에 떠오르게 된 것.
이번 사태로 조사를 받고 있는 주쥔웨이는 그간 뛰어난 영업능력과 사업 수완으로 홍콩 금융업계에서는 '전설'로 통하는 인물로 알려져있다. 홍콩 금융업계는 주쥔웨이 같은 고위 임원이 인사청탁으로 '낙마'한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앞으로 이번 사태와 연루된 관계자가 더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한 관계자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유기업이 아닌 민간 기업인 톈허화공 자녀 인사 청탁 문제가 이처럼 확대될 지 몰랐다"면서 "현재 크레디트스위스에서 또 다른 직원이 비슷한 이유로 정직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위해 고위관료와 대기업 자녀를 채용하는 것은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난해 5월 미국 수사당국이 JP모건의 인사청탁 사건 수사를 시작하자 글로벌 투자은행의 '고위직 자녀 채용'에 제동이 걸리는 듯 했지만 중국 지역에서는 여전히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제일재경일보는 미국계 투자은행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되면서, 중국의 고위 관료 혹은 유력 기업 자녀들이 유럽계 투자은행에 몰리고 있고, 이들이 다시 중국계 은행으로 전직하는 '업계 불문률'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에는 투자은행보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가 '배경있는 집안의 자녀'에게 인기있는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