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과징금으로는 한계...정부·업계 "난색"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카드사의 고객정보 대량 유출사고와 관련해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카드사 사장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오른쪽부터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이신형 NH농협카드 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김상득 KCB 사장.[사진=김학선 기자] |
[뉴스핌=고종민 기자]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입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지난해 발의됐지만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그동안 민주당 정호준(2013년 3월11일)·민병두(2013년 6월12일)·이종걸(2013년 11월29일) 의원이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의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작년 12월 18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되기도 했으나 이자율상한 조정(34.9%)을 골자로 한 대부업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밀려 아예 거론조차 안됐다.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정부와 여당이 대책으로 내놓은 징벌적 과징금의 실효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게 발의한 의원들의 주장이다.
현행법상 '징벌적 과징금'은 국고에 귀속되는 형태다.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가 안되는 셈이다.
또 개인정보유출 관련 소송이 대부분 소액피해로 진행되는 만큼 강자인 금융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포기하기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다수의 피해자들이 모여 대형 로펌으로 소송단을 꾸릴 수 있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은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신용정보대량유출대책특위'를 통해 당 차원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여당도 정부안을 중심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금융소비자원을 분리 독립하는 문제를 처리키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다만 골자는 금융감독원을 개편, 금소원의 권한을 강화해 분리하자는 것이다. 야당이 요구하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배제했다.
여론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한 민주당안에 힘을 싣고 있다. 롯데·농협·국민카드가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키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수천만 건에 달하는 국민의 개인정보가 외부에 노출됐다는 사실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들끓고 있는 탓이다.
복수의 여야 정무위 의원들은 "카드 사태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부각시킨 만큼 2월 중점 처리 법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김정훈 정무위 위원장이 우선 처리 법안으로 언급한 만큼 여야 정무위 간사도 관련 법안의 내달 논의를 염두해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여당 정무위 간사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2월 입법에 대한 시각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는 아직 다른 법체계와 민사소송법에 비춰봤을 때 연구해볼 부분"이라며 제도 도입에 난색을 표명했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집단소송제 도입은 소비자 권익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기업 부담이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며 "막대한 소송비용 위험에 의한 보험비용 지출과 전문가 고용 등 생산활동과 무관한 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