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그로스 '단기채 사라' vs 블랙록 '그러지 마라'
[뉴스핌=노종빈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채권왕 빌 그로스와 정반대되는 투자전략을 내놓아 관심이다.
15일(현지시간) 블랙록은 채권 투자전략으로 2년~5년물 단기 채권에 투자된 자금이 있다면 회수하라고 조언했다고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블랙록은 또 올해 금리상승 국면에서는 2년 미만 또는 10년~30년물의 양 극단에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최근 그로스가 내놓은 투자전략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로스는 지난주 투자전략에서 1년~5년물인 단기 채권에 집중하라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로스는 지난 9일 핌코 홈페이지에 올린 투자보고서에서 저금리 저변동성 장세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전망과 투자전략을 내놨다.
당시 그로스가 투자자들에게 남긴 투자전략은 세가지다.
첫째, 미국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서는 실업률보다 물가상승률에 포커스를 두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지난 12월 기준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연간기준 1.2% 수준으로 연준의 목표치인 2% 선을 크게 밑돌아 일단은 안정적인 모습이다.
둘째, 현재의 물가상승 속도를 감안했을 때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은 2016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컨센서스인 2015년 8월 수준보다는 꽤 늦은 것으로 당분간 저금리 상태는 유지될 것이라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셋째, 앞으로 금리의 방향은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만기가 짧은 1년에서 5년물 채권에 집중하는 것이 좀 더 리스크를 낮출 수 있어 유리하다는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반면 블랙록은 만기가 2년에서 5년사이의 채권에 대해서는 투자를 삼가라는 투자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를 제외한 2년 미만 초단기 채권이나 10년 또는 30년 등 장기채권에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블랙록은 연준이 지난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밝힌 "상당기간 저금리 유지" 구호에 대해서 시장이 크게 신뢰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 시점에 걸쳐있는 단기 채권에 대해서는 접근을 삼가라는 얘기다.
제프리 로젠버그 블랙록 채권부문 수석투자책임자는 "2년에서 5년 만기 채권의 경우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단기물 채권으로의 투자를 선호한다면 이보다 만기가 짧은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말했다.
글로벌 대형 펀드업체인 파이오니어 펀드도 블랙록과 비슷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마이클 템플 파이오니아 펀드 미국 신용리서치 부문 이사도 3년에서 7년 만기물에 대해서는 투자를 피하고 초단기물이나 장기물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인상 시점에 관해 언급하는 것과는 별개로, 투자자들의 반응 자체도 중요하다"며 "연준이 말하는 모든 것이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채권 수익률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스가 운용하는 핌코 토탈리턴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 무려 411억 달러의 자금 이탈을 겪었으며 수익률 역시 마이너스 1.92%를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