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격, 민간부문에 이어 공공부문도 자산매각 검토
[뉴스핌=이영기 기자] 해가 바뀌면서 구조조정 자체를 구조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인수합병(M&A)시장에 동부그룹, 현대그룹, 한진그룹 등이 유동성 확보 자구책으로 내놓은 매물이 쌓여있는 가운데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관련한 매물들도 등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매물이 쌓이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 좋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파는 입장에서는 제값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 M&A업계의 시각이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과 한진그룹,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대응해 내놓은 자구책에서 매각 대상 기업이나 사업부는 총 25개에 달하고 이를 통해 조달할 자금규모는 총 11조8000억원 수준이다.
동부그룹이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등 8개로 약 3조원,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포함한 10개로 약 3조3000억원, 한진그룹이 S-oil지분등 7건으로 5조5000억원 등이다.
주력계열사의 어두운 업황 등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할 수 밖에 없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 민간기업에서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공부문에서도 매물이 밀고 들어 올 것이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기전 지난 12월 31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 부채감축계획 및 방만경영 정상화 운용지침'을 확정했다.
내용은 공공기관의 설립목적과 연관성이 낮은 부대사업은 원칙적으로 구조조정하고, 보유자산에 대해 매각 가능성을 원점 재검토하는 것.
이는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 자산 이외 모든 자산의 매각을 검토할 정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라는 의미다.
M&A시장에서 매물이 추가로 쌓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우선 공기업들의 본사와 연수원 등 부동산이 매물화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성격은 다른 자산들이지만 한꺼번에 M&A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 과연 이들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형국이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알펜시아와 같이 부동산 개발이 부담이 되는 일부 지방 공기업에서 시작해서 공기업들이 자산매각을 검토한다면, 기존 구조조정 매물의 소화에 부담이 될 소지가 많다"고 우려했다.
민간 기업이든 공기업이든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휘말려 매물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이를 어떤 형식이든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구조조정할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새해 첫날 한 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 증권사와 대기업 계열사 등 매물이 넘쳐나고 있는데 공공기관의 자산을 매각하면 제대로 팔리겠냐"며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해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앞의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민영화 관련 우리은행 뿐 아니라 동부그룹, 현대그룹, 한진그룹 등 자구책과 STX그룹와 동양그룹의 구조조정 등으로 매물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공기업 자산까지 매물화하면 제대로 팔릴 수도 없고 제값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우려한 것.
다른 한 구조조정 전문가도 "지난 외환위기때 전국이 매물로 넘쳤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선별적 투자기회가 있어 가격협상력에서 확실하게 우위에 있어 제값 받기가 쉽지 않았다"며 M&A시장에서 병목현상을 걱정했다.
공공분야든 민간분야든 구조조정 매물이 쌓여 이를 소화하는 M&A시장에서 병목현상이 예상되므로 이를 해소키 위한 '구조조정의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의미를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