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GDP 대비 110%…2007년 대비 35%p 급등
[뉴스핌=김동호 기자] 우리나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최고 소득세율 구간 확대 등 부자 증세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고소득자와 기업에 대한 세제 해택을 축소한 미국이 '버핏세'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고액연봉자를 둔 기업들에 대한 높은 수준의 과세안을 허용키로 했다.
프랑스 헌재는 지난 29일(현지시간) 기업(법인)이 임직원에게 100만유로(약 14억5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할 경우 100만유로 초과 금액에 대해 50%의 특별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합헌 결정했다.
이 특별세에 사회보장 분담금 등을 더하면 사실상 75% 정도의 세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이 특별세가 기업 연 매출의 5%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상한선을 지정했으며 적용기간도 향후 2년으로 제한했다.
부유세 도입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그는 2012년 중반에 치러진 선거 당시 “부자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겠다”며 75% 수준의 소득세 부과를 약속했다.
당초 법안에는 한 해 100만유로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고소득자에게 100만유로가 넘는 소득 부분에 대해 75%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있었으나, 프랑스 최고 행정재판소 역할을 하는 국참사원(콩세이데타)과 헌법재판소에서 제동이 걸렸다.
국참사원은 부부의 합산 소득을 세금 부과의 기준으로 삼는 일반 소득세와 다른 방식의 징세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소득의 3분의 2 이상을 징수하는 것은 재산 몰수와 같은 처분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올랑드 정부는 특별세율을 50%로 낮추고 이를 기업에게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정 법안을 만들었으며, 이 수정안이 결국 헌재에서 합헌 결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랑드 대통령의 부유세가 정치적인 결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연간 100만유로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2000∼30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실제 세수 증가는 수억유로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부자 증세는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선진국들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는 듯 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2013 재정모니터 보고서’에서 선진국들의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0% 수준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금융위기 전인 2007년보다 35%p(포인트) 급등한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의 한계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IMF가 각국 정부에게 적극적인 부자 증세에 나설 것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영국은 올해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연소득 15만파운드(약 2억6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들에 대한 소득세율을 기존 40%에서 45%로 높였다. 연말 상여금으로 2만5000파운드 이상을 받는 금융업자들에게 역시 50% 수준의 일회성 세금을 부과했다.
부자들에 대한 과세인 ‘버핏세’ 도입을 추진 중인 미국도 올해 고소득층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을 크게 줄였다. 연간 40만달러(약 4억22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축소했으며, 석유재벌 및 다국적 기업의 해외 소득에 대한 세금 감면, 비과세 혜택도 축소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통해 미국 연방정부의 최고 소득세율이 기존 35%에서 39.6%로 올랐으며 개인의 경우에도 평균 7%의 세금을 더 내게 됐다고 분석했다.
[부자증세 통한 복지공약 이행 촉구하는 시민들, 출처: 뉴시스] |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표준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확대하며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 같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소득세 최고세율(38%)을 적용받는 사람이 현재 9만명에서 12만4600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로 인한 세수 확대 규모는 연간 32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개정안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늦어도 31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