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축소 '일방통행' 지적도 제기
[뉴스핌=박기범 기자] 12월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 개시 여부에 따라 급변동할 시장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우리 외환당국은 19일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20일 오전 4시 40분, 연준에서 양적완화 축소 개시를 선언했다. 이후 달러/엔이 104엔을 돌파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미국의 다우지수와 S&P 500은 사상 최고치를 또 한 번 갈아치웠다.
3시간 뒤 한국 시장이 열렸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장은 조용했다.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도 개최하지 않았다.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는 북한 미사일 사태, 6·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주요 경제부처가 참여, 공동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회의가 유보되는 등 별일 없이 국내시장이 마무리된 후에도 외환당국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기재부의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삼성선물 정미영 센터장은 "정부가 굉장히 꼼꼼해졌다"며 "정부가 시장의 흐름을 인정해주면서 효과적인 타이밍에 대응을 적절히 하며 환율 변동성 축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센터장의 말처럼 올해 기재부 등 국내 외환당국은 꼼꼼하게 시장에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 자칫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금리인하에도 '꿋꿋'
<출처=한국은행> |
당시 원/달러는 빅피겨(큰 자릿수)인 '1100원'을 막지 못한 가운데 달러/엔 환율이 100엔 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될 경우 엔/원 환율의 하락 폭이 더욱 커져 수출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장 막판 1086원에서 1090원까지 당국이 환율을 급하게 끌어올렸다. 이는 기준금리 효과를 놓치지 않게 실개입 타이밍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막판 물량은 당국 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는 장기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 이벤트 같은 것이 아님에도 달러/엔 상황이 위급하기에 당국 측에서 재료를 확실히 살리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QE 테이퍼링 개시일‥ '딜미스' 미스터리
<출처=한국은행> |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테이퍼링이 있었으나 장 초반 모두 갈피를 잡지 못했다"며 "특히 조용한 상황에서 나온 딜미스가 압권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시장은 테이퍼링이 개시됐음에도 상당히 조용한 상황이었다. 1053원에서 무거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으나 딜미스 3번으로 방향성을 완전히 잡았다. 이후 점심시간까지 10원가량 상승하며 1062원까지 레벨을 높였다.
당시 연저점을 1051.00원까지 낮추며 레벨 크게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재료를 놓치지 않았고 당국이 반응했다고 시장참가자들은 평가했다.
또 다른 딜러는 "달러/엔을 제외하면 통화들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오히려 내려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그런 경우 환율은 1000원을 바라보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1월 28일 미스터리 ‥ '실기(失期)'
<출처=한국은행> |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당시 숏커버가 숏커버를 부르는 상황이었다"며 "한 곳에서 숏커버를 하다가 결국에는 모든 곳에서 숏커버를 치며 환율이 30분 동안 20원 가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날 당국의 반응에 날 선 비판을 가했다. 변동성을 축소한다고 말했던 당국이 정작 환율이 상승할 때는 지켜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롱포지션을 쥐고 있던 곳이 사실상 당국밖에 없었기에 비판의 강도는 상당했다.
그는 "당시 욕을 많이 먹었다"면서도 "하지만 그날 하루는 시장 규칙(Market discipline)차원에서 대응하지 않기로 사전에 계획을 세운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의 고환율 정책 이후 외환당국이 수출업체를 위해 환율 레벨을 높이려 하고 있다는 의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올해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한국을 꼽았다.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당국의 변동성 축소는 '일방통행'이라는 볼멘소리를 한다.
아무리 꼼꼼하게 대응하더라도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모든 것을 잃기에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하지만 '고환율 선호'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환율 상승 폭과 관련한 변동성 축소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박기범 기자 (authenti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