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축소 목표 120% '초과 달성'
[뉴스핌=박기범 기자] 2013년 경상흑자 서프라이즈, 아베노믹스, 미국의 테이퍼링 등 굵직한 사건들이 국내외 외환시장을 강타했으나 서울외환시장은 견고했다.
이는 변동성을 줄이려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한결같이 '환율 변동성 축소'를 위해 노력했기에 가능했다고 서울외환시장의 시장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선물 정미영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5일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2014년 삼성선물의 연간환율 전망에서 "정부가 굉장히 꼼꼼해졌다"며 "정부가 시장의 흐름을 인정해주면서 효과적인 타이밍에 대응을 적절히 하면서 환율 변동성 축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1차 목표인 변동성 축소 '초과 달성'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외환시장의 주요 인사들은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폭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했다. 수장들뿐만 아니라 실무진 역시 외환당국의 변동성 축소 및 과도한 쏠림현상을 방지하는 데 주력했다.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준비하고 있다"는 말처럼 올 한해 외환당국은 변동성 축소라는 목표를 120% 수행했다. 비록 시장참가자들은 곤란했으나 환율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대다수 국민들 입장에서는 환율에 크게 신경쓰지 않을 수 있었던 한 해로 정리할 수있다.
종합금융사의 A딜러는 "변동성이 축소돼 딜러들은 곤혹스러웠을 수 있으나 환율이 안정적이었던 만큼 대다수 국민 입장에서는 편안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이 크게 축소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시장참가자들은 10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이 너무 없어서 곤란했다고 입을 모아 말할 정도다. 이는 거래량으로 나타났다.
24일 서울외국환중계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의 원/달러 거래량은 35억5450만달러를 기록했다. 35억달러 남짓한 거래량은 최근 3년간 최저치였던 2010년 12월 28일 30억1400만달러 이후 최저거래량이다.
아울러 지난 16일에도 연중최저거래량을 경신했다. 또한 수능이 치러졌던 11월 7일에도 최저 거래량을 경신한 바 있다.
시중은행의 B 딜러는 "상단은 수출업체, 하단은 당국이 막고 있어 딜링을 할 메리트가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외환당국 관계자 역시 "너무 변동성이 줄어들어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 10월 24일 공동구두개입… '메시지 효과적 전달'
지난 10월 24일 외환당국은 유상대 한은 국제국장과 최희남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 공동명의의 구두개입을 통해 "정부와 한은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일방적인 하락 움직임이 다소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시장내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기관이 합동해 공식 구두개입을 한 것은 2008년 글로벌 외환 위기 이후 처음이다.
<출처 : 한국은행> |
시중은행의 C딜러는 "당국의 메시지가 명료하다 보니 경계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게다가 엔/원 환율이 낮아지다 보니 경계감이 자연스럽게 커진 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수입출업체 역시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말 수출업체 쪽에서는 환율이 대거 내려갈 것을 우려해 물량을 몰아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수출업체가 물량 출회를 자제하는 이유에 대해 시장참가자들은 지난 9월 24일 있었던 최희남 국장 주재 열린 수출업체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모종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관계자는 "주요 수출업체가 판단을 까딱 잘못하면 환율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으나 "그날 특별한 말이 오가지 않았다"며 관련 사실을 일축했다.
[뉴스핌 Newspim] 박기범 기자 (authenti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