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연기 요구 수용 안 될 경우 후보 사퇴 가능성 열어둬
[뉴스핌=노희준 기자] 밋밋하게 굴러가던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경선 과정이 면접 하루를 앞두고 요동칠 조짐이다. 한동우 현 신한금융 회장의 강력한 대항마인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10일 후보 선임 일정 변경을 요구하며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후보 보이콧(후보사퇴)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
이 전 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후보 선임 일정 변경 요구안을 회추위에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보이콧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정을 전제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며 "(요구안은)더 나은 (선임 절차의) 방향성을 얘기한 것이기에 회취위원들이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어진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일정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도 후보 보이콧에는 선을 그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되면 그때 깊이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후보 보이콧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의미다.
이 전 부회장은 또한 후보 선임 일정 연기 요구와 관련, "어느 후보와도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면서 "누구와 타협해서 내놓을 수 있는 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면접 대상자인 홍성균 전 신한카드 부회장과는 사전에 후보 일정 변경 요구와 관련해 교감이 없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12월 22일까지 후보선임이 가능하다고 하니, 가능한 시점까지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연기해) 다방면의 검증을 거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추위에서 합리적인 시점까지 (수용 여부를) 얘기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애초 오는 11일 한 회장과 이 전 부회장, 홍 전 부회장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오는 12일 이사회에 최종 후보 한명을 추천할 계획이었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신융금융 최고경영자 승계프로그램에 따라 한 회장의 임기 종료 3개월전인 이달 22일까지 차기 회장 후보를 내정해야 한다.
후보 선임 일정 연기 이외의 다른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세부사항은 회추위에서 충분한 검토를 했을 것으로 보고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회추위의 나머지 결정을 존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면접을 하루 앞두고 일정 변경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회추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해외에서 돌아오는 시기에 맞췄다"며 "회추위원들이 더 빨리 (돌아) 왔다면 더 일찍 얘기했을 것이다. 며칠 전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정 변경 요구가 후보간 갈등 양상으로 비칠 우려에 대해서는 "시스템적으로 더 좋은 방향을 위한 모습"이라며 갈등설을 일축했다.
앞서 그는 이날 회추위에 후보 경선 일정 연기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 전 부회장은 건의서에서 회추위원들을 향해 "국내 리딩 뱅크로서 신한금융그룹의 미래를 결정하는 이 순간에 한 후보는 2~3년간의 소통과 교류를, 다른 후보는 단지 30분의 인터뷰로 결론지어지는 이 부족함이 큰 상황에 대해 깊이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물리적으로 22일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음으로 날짜를 늦추더라도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쟁점 사안에 대해 좀더 객관적으로 차분히 살펴본 후 신중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일정 연기를 요구했다.
그는 지난 국정감사 때 지적된 신한은행의 정관계 주요인사 고객정보 불법조회 의혹, 과다 수취한 예적금 담보 대출이자 환급액 금융감독원 허위보고 논란 등을 문제삼고 있다.
그는 "현재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신한그룹 회장선임과정에 대해 명실상부한 국내 선도금융그룹으로서 아름다운 승복이라는 결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돼야 할 것"이며 "주변에서는 지금처럼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경선에 왜 들러리를 서느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