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받을 때까지 IPO 일정 연기도 속출
[뉴스핌=백현지 기자] 상장 첫날 주가가 오르는 소위 '상장 프리미엄'이 자취를 감췄다. 최근 새내기주들이 상장하자마자 하한가로 곤두박질치거나 공모가 밑으로 떨어져버리고 있다.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원하는 가격을 받을 때까지 상장을 미루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코스닥 혹은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총 16개(스팩 제외)다. 이중 현대로템과 내츄럴엔도텍, 램테크놀로지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테스나는 거래 첫날 하한가까지 내려왔으며, 공모가 1만3500원에 훨씬 못미치는 961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13일 상장한 미동전자통신도 거래 첫날 하한가를 기록한 후 1만2000원대까지 추락했다. 회사측은 서둘러 무상증자를 발표한 후 이틀 연속 상한가까지 올랐으나 여전히 공모가 2만원을 밑돌고 있다. 현대공업도 상장한 날 14.01% 급락한 것을 포함, 5거래일 연속 내리며 공모가 7500원 밑으로 내렸다. 에이씨티, 해성옵틱스도 공모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 중이다.
이처럼 신규상장주들이 잇따라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자 IPO시장에서도 희망공모가 하단 밑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이에 반발한 기업들은 상장 일정 연기를 선언했다.
동우HST(공모가 밴드 3300~4300원)와 하나머티리얼즈(공모가 밴드 3800~5100원)는 각각 지난 6일과 9일 공모가 예상밴드 하단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가가 결정됐다. 공모가밴드 자체가 밸류에이션 대비 할인된 상태인데 제 값을 받지 못하느니 상장 시기를 늦추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일단 상장하고 시장에서 제 가격을 받겠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신규상장 업체는 유사기업과 비교해 밸류에이션 측정 시 20~30%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공모가 예상밴드를 구성한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철회한 기업들은 유사기업 현재 주가가 좋지 않은데 공모가가 높게 올라왔다"며 "10월까지 공모주식들이 분위기가 좋아서 공모가를 높게 결정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코스닥 지수가 연중 저점을 달려가고 있고 있기 때문에 시장 자체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IPO부서 관계자는 "12월 중순 넘어가면 (기관들이)청약을 잘 안하는 분위기인 건 맞는데 최근에 올라온 기업들이 비싸다는 판단 때문에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다"며 "상장에 성공한다고 해도 워낙 장이 좋지 않아서 공모가에 털어버리려는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