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노련미가 패기를 이긴 것일까.
최근 2014년 정기인사를 마무리 한 신세계와 아모레퍼시픽의 두 남자가 부각되고 있다. 신세계건설 골프장 부문 대표에 오른 신세계백화점 박건현 고문과 아모레퍼시픽 부회장에 선임된 백정기 아모레퍼시픽 경영고문이 주인공.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인사에서 경영일선에 물러났던 박건현 고문과 백정기 고문을 각각 경영 일선에 복귀 시켰다. 패기보다 관록에 인사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이례적으로 CEO 퇴진 없는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사업부문을 이원화해 복수대표체제를 도입한 계열사는 있지만, 물러나는 대표는 한 명도 없다.
다만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박건현 고문이 1년만에 극적으로 재기한 게 됐다. 그는 신세계그룹이 세계 최고의 명문 골프장을 지향하는 트리니티클럽, 자유CC 등 골프장 부문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박 대표의 대표이사 복귀 결정은 갑작스러운 측면도 있다. 경영에서 손뗀 CEO가 재차 대표로 나선 첫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세계그룹 내 신사업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1956년생인 박 대표는 지난 1982년 신세계에 입사(삼성공채 22기)했다. 그는 신세계백화점 죽전점 경기점장 부사장, 부산의 명물로 자리잡은 신세계센텀시티점장 부사장, 신세계 백화점부문 대표이사, 신세계-이마트 기업분할 당시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치며 신세계 내 주요 신규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1년만에 부회장직을 신설하며 그룹 경영 강화에 나섰다. 부회장 자리에 백정기 경영고문을 선임했다.
이번 인사는 조직쇄신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업으로 복귀한 백 부회장은 최근 막말파문 등 방문판매 가맹점주와의 갈등 등으로 빚어진 난국을 타개하는 등 사태 수습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1953년생인 백 부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인사총부부문 부사장을 역임한 뒤 회사를 떠나 BGF리테일 사장을 맡다가 아모레퍼시픽 경영고문으로 돌아왔다. 부회장직은 그룹 강화 차원에서 서경배 회장이 취임한 이래 처음 도입됐다.
백 부회장은 취임 이후, 고객 중심 경영환경을 구축하고 지주회사(아모레퍼시픽그룹)의 통합 및 조정 기능 강화에 힘쓸 계획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번 신세계와 아모레퍼시픽의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영여건이 어려울 수록 관록과 경험을 중시하는 인사 추세가 반영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박 대표의 경영 복귀는 불경기에 패기보다는 노력미를 중요한게 판단한 인사"라면서 "신세계 골프장 사업에 집중하면서 그동안 백화점 대표의 경험을 각 사업부문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서경배 대표과 백정기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반에서 업무를 총괄할 방침"이라며 "이번 인사는 이해관계자와 동반성장 및 상생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건전한 기업생태계 만들기에 앞장서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