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서등 경영권 탈환 암투로 '조직 와해' 비판
[뉴스핌=김연순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종합검사와 특별검사를 통해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4대은행의 비리·부실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4대은행을 동시에 검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결과적으로 금감원의 칼끝이 4대 금융지주를 정조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민은행은 최근 잇따른 횡령 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 의혹으로 현직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사과를 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이다. 금융권과 금융당국에선 이번 KB사태와 관련해 과거부터 잉태된 문제점이 결국 곯아 터진 '예고된 몰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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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본사 |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경영진들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KB의 내실경영과 업그레이드에 올인하기 보단 외부의 힘을 빌어 경영권 탈환에 혈안이 됐던 폐해가 지금의 사태로 이어진 것이란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2006년 이후 외환은행 인수 실패를 계기로 성장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내부 균열이 생기고 잘나가던 국민은행 조직이 급속도로 무너졌다는 것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지난 2006년까지는 KB금융이 4대 지주사 중 압도적 1위었지만, 2006년부터 외환은행 인수에 올인하고 M&A에 실패하면서 위상이 급추락했다"면서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KB지주의 위상 추락은 금융권에서 보기 드물 정도"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주 회장과 은행장 인선 때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과 '투서사건'은 타 은행과 비교할 수 없게 정도가 심각하다는 전언이다. 그만큼 경영진으로서 내실 경영보단 자기 사람 심기와 외부 입김에 쉽게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과거 정치권에서 전 지주회장과 행장을 꽂으면서 KB는 인사문제 등에 있어 구조적인 문제점이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경영진이 중심을 잡고 가야 하는데 그게 깨지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국민은행장과 KB회장의 경우 캠프가 꾸려지면 내·외부로 마타도어(흑색선전)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전 행장을 포함해) 경쟁자간 투서는 심각한 수준이고 경영권 획득을 위해 KB의 문제를 외부로 드러내는 것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어느 은행이건 행장 인선 때마다 투서, 중상모략 등이 횡횡하지만 KB의 경우 그 도가 지나쳤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례로 시중은행의 경우도 행장 인선을 앞두고 잡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은행처럼) 외부로 문제를 드러내면서 제살깎기의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이렇다 보니 행장이 되고 나서도 조직이 정비되지 못하고 내부 균열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또 다른 관계자는 "KB지주의 전략을 책임졌던 임원들은 주주와 종업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면서 "KB가 허송세월을 보내는 동안 신한지주 등이 어떻게 치고 올라왔는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객신뢰 및 임직원 윤리 회복을 위한 실천 결의' 행사를 가졌다.
이건호 행장은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한 듯 "이번 사태는 관련자 몇 명의 처벌과 대국민 사과 등으로 적당히 얼버무릴 사안이 결코 아니다"면서 "은행장을 포함한 모든 경영진과 2만2000명 직원 모두가 책임을 느끼고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도쿄지점 부당대출에 이어 보증부대출 부당 이자 수취건,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 등이 잇따라 발생한 국민은행에 대해 특검에 나선 상황이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달 7일 중국 금융당국이 잦은 인사 교체에 불만을 제기함에 따라 시중은행의 현지법인 직원 임기 보장 등 협조를 요청하는 지도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지난달 12일 임기가 남아 있는 중국법인장과 부법인장을 동시에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이건호 행장은 금감원으로부터 지도공문을 받은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