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리뷰] 연극 ‘노란 달’…레일라, 침묵의 이야기

기사입력 : 2013년11월13일 15:36

최종수정 : 2013년11월13일 15:36

연극 ‘노란 달’ (왼쪽부터) 공예지(레일라 역), 송영근, 박지아, 오정택(리 역) [사진=국립극단]
[뉴스핌=장윤원 기자] 레일라는 스코틀랜드 작은 마을에 사는 착한 소녀다. 외지에서 흘러 들어온 이 아이는 기이할 정도로 말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외국인이라 영어가 서툴러서 그런 거라고 단정짓고, 또 어떤 이들은 그저 수줍은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사람들은 소녀가 말을 하지 않는 이유에 크게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레일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 없을 거라는 공포, 그리고 자신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낙담으로 레일라는 결국 세상과의 단절을 택했다. 하지만 레일라는 가끔 화보 속 화려한 성과 멋진 모델을 보며 상상한다. 내가 저 속에 있는 저 여자라면 어떨까? 그리고 종종 생각하기도 한다. ‘난 세상에서 제일 못생기고 한심한 몸 속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라고.
 
날카로운 칼날이 얇은 피부를 파고들 때야 비로소 자신이 이 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는 이 말수 적은 소녀가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한 소년에게 이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 소년이 허풍쟁이에 사고뭉치라 할지라도. 
연극 ‘노란 달’ (왼쪽부터) 오정택(리 역), 공예지(레일라 역) [사진=국립극단]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 받고 싶어하는 ‘착한 소녀’ 레일라, ‘반항’이라는 10대의 특권을 마음껏 휘두르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신의 처지에 저항해왔던 ‘불량 소년’ 리.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연극 ‘노란’ 달’은 위태로운 이들 10대 남녀의 잔잔하지만 드라마틱한 여정을 그린다.
 
이 연극은 청소년극의 형태로 막을 올렸으나, 비단 10대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레일라와 리의 발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존재와 허상, 자아와 사회, 이상과 결핍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와 마주치게 된다. 주인공이 놓여진 세상,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소년소녀의 위태로운 몸짓을 통해, 이 연극은 10대뿐 아닌 성인 관객에게도 다양한 문제에 대한 각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내러티브 혹은 스토리텔링이라 일컬어지는 ‘서술적’ 전개는 형식적인 신선함을 준다. 아무런 무대적 설치도 없는 평면의 무대, 관객이 내려다보는 사각의 황무지는 어느 순간 덜컹거리는 기차 3등석이 되고, 때로는 혹독한 눈보라 날리는 산등성이로 변모한다. 아주 차가운 호수에 몸을 담그는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마술처럼 무대 위에 생생하게 재연된다. 관객의 상상력을 통해 눈 앞에 펼쳐진 수많은 풍경은 외려 상상이기 때문에 한층 은밀하고, 또 로맨틱하다.  
연극 ‘노란 달’ [사진=국립극단 제공]
뜨거운 바위 위에 앉아 붉은 노을을 바라보던 레일라는 가장 완벽하고 이상적인 이 순간에 “이 이야기가 끝나게 해주세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레일라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터이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꿈결과도 같은 달빛이 비추는 허상, 혹은 진실 속에서 헤매듯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환상같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고, 텅 빈 듯하지만 꽉 채워진 연극 ‘노란 달’은 오는 24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딥시크 부당하게 데이터 수집했을 수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부당하게 회사의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 기술로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자체 시스템에 비슷한 기술을 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서 훈련에 사용되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은 흔하지만, 오픈AI는 서비스 약관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픈AI의 시스템이 생성해 낸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픈AI의 리즈 부르주아 대변인은 NYT에 보내 이메일에서 "우리는 중국의 조직들이 미국 AI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디스틸레이션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한 방법을 사용해 활발히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딥시크가 부적절하게 우리 모델을 디스틸레이션 했다는 징조를 검토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지난주 R1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믿어온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는 R1 모델 개발에 단 2개월의 시간과 6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소요됐다고 밝히며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무색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개발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 나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딥시크가 도난당한 미국 기술과 첨단 미국 반도체를 활용해 저렴하게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미국 표준과 유사하게 글로벌 표준을 창출하기 위한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 챗GPT와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8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5-01-30 03:07
사진
여야, 설 이후 전력망법 등 입법 본격화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설 연휴 이후 국회의 민생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여야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산업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여객기 참사 특위)'와 국정협의회 등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고 있다. '푸른 용의 해' 우리는 더 높게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4·10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등 물가 상승까지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쉴 틈 없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기운으로 우리 모두가 꺾이지 않고 희망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서울달에서 바라본 국회 모습. 2024.12.31 mironj19@newspim.com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첨단산업 에너지 3법(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해상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에 합의했던 법안이 있다"며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법안 63건 중 본회의에서 통과된 게 24건이고, 나머지 법안 39건은 아마 더불어민주당도 합의 처리하는 데 특별한 그것(이견)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던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에너지 3법과 함께 '미래 먹거리 4법'으로 불리는 반도체산업 특별법은 '주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초 토론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국회 특별위원회도 활동을 이어간다. 여객기 참사 특위는 오는 2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야는 국정협의회 가동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마련된 국정협의회는 지난 9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참석자 및 공식 명칭 등을 확정했다. 협의회 참석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4명이다. 그러나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의회는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정협의회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야가 설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설 경우 협의회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정부-국정협의체 실무협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2025.01.09 pangbin@newspim.com rkgml925@newspim.com 2025-01-29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