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김기덕 감독이 네 번째로 각본·제작을 맡은 영화 ‘붉은 가족’이 베일을 벗었다.
행복한 가정으로 위장한 ‘진달래’의 진짜 정체는 공화국의 뛰어난 혁명 전사다. 철두철미한 작전 수행을 자랑하는 그들은 반역자의 숨통을 끊는 순간조차 일말의 망설임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철저한 계급 서열을 목숨같이 여기는 그들 앞에 위아래 없는 자본주의 불청객이 등장한다. 허구한 날 싸움만 하는 옆집 가족 창수네. 진달래는 자본주의에 물든 창수 가족을 적대시하지만 그들의 소란스러운 일상에 서서히 물들게 된다.
‘붉은 가족’은 그간 영화에서 수없이 다뤄진 고정간첩을 소재로 했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과 분명 확연한 차이가 있다. 김 감독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대변하는 두 가족의 대립과 소통을 통해 많은 주제를 던진다.
특히 남북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 표피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영화는 기존 작품들처럼 남북의 문제를 두리뭉실하게 넘어가지 않고 두 가족의 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질적으로 뛰어나다”는 김 감독의 말이 확인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처럼 영화는 극단적 두 가족을 통해 남북의 가슴 아픈 현실을 일깨워주지만 남북 미래에 대한 한 줄기 희망을 남겨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동시에 다양한 공동체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가족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도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뭇 여성들을 ‘정우앓이’에 빠뜨린 배우 정우다. 드라마에서 자유자재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던 정우는 ‘붉은 가족’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북한 사투리 연기를 펼친다. 여기에 독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김유미를 비롯해 손병호, 박소영의 연기가 완벽한 합을 이루며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잔잔한 웃음을 안겼다가도 과장하지 않은 슬픔으로 관객의 눈시울을 붉힌다. 더욱이 영화가 남기는 묵직한 메시지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음속 깊이 스며든다. 6일 개봉. 15세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