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흔들렸던 '효율적 시장이론' 가설 주창자 수상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금융위기 전부터 늘 수상 후보 '0순위'로 거론됐던 유진 F. 파마(74) 미국 시카고대 교수를 비롯, 자산가격(asset price) 예측 이론을 편 세 명의 경제학자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경제학상 수상자로 파마 교수와 함께 라스 피터 핸슨(61) 시카고대 교수, 로버트 J.쉴러(67) 예일대 교수를 선정, 발표했다. 이 둘은 모두 파마 교수의 이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경제학자들이며 게다가 비판론을 제기한 이들이라 더 눈에 띈다.
이들의 노벨상 수상은 우선 "적어도 금융위기는 빠져나오고 있다"는 징후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개 예측 불허라고 생각했던, 전무후무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 경기를 침체에 빠뜨렸고 그 충격은 4~5년째 지속되고 있다.
시장은 효율적이며 궁극적으로는 예측이 가능하다고 보는 파마 교수는 경제학계에서 일가를 이뤘지만 금융위기의 여진 속에선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것이 어불성설(?)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위기 전만 해도 파마 교수는 해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후보 '0순위'에 올라 있었으나 위기 이후엔 수상 가능성이 다소 낮게 점쳐졌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14일(현지시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출처=워싱턴포스트) |
단기적으론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규칙성을 찾아내 자산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가설은 현대 금융이론의 기본으로 자리잡고 있었으나 금융위기로 인해 크게 뒤흔들렸다.
미 주택시장의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케이스-쉴러 지수를 개발한 이로도 잘 알려진 쉴러 교수는 주택 시장을 비롯해 자산 시장의 버블에 대한 경고를 해왔던 인물. "자산가격은 합리적(rational)"이란 파마 교수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파마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버블이 탄생하고 붕괴되는 사이클은 전혀 설명할 수 없다.
쉴러 교수는 지난 2000년 발간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란 저서에서도 주식시장이 그 당시 어떻게 과열됐었는지를 지적했고 시장의 버블은 곧 붕괴돼 그의 주장은 빛을 발하게 됐다. 그러나 그 역시 장기적으로는 자산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는 점에서 파마 교수를 비판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경제학자라 할 수 있다.
쉴러 교수는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뒤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믿을 수 없다고밖에 말 못하겠다"고 했다. 파마 교수는 "내가 수상을 할 수 있을 지 예측하고자 하지 않았고, 따라서 매우 흥분됐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