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시 배상 요구...사측 "피해 없게"
[뉴스핌=한기진 기자] 동양그룹 계열사 CP(기업어음)∙회사채를 판매한 동양증권 직원들이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게 될 위기에 놓였다. 채권을 고객에게 파는 과정에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지 않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짙어 동양증권과 직원이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증권과 동양증권 노조는 이에 대해 "직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당국의 분쟁 조정이나 법률소송에서 고객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증권사는 손해를 배상하고 관련 직원에게 ‘구상권(求償權)’을 청구해야 한다. 구상권은 회사가 손해배상금을 물어줬을 때 관련 직원에게 배상금에 상당하는 금전적 상환을 청구하는 권리다.
11일 한 대형 증권사 법무팀 변호사는 “동양증권 불완전판매가 소송이나 금감원 조정으로 밝혀지면 해당 직원에 대해 회사가 반드시 구상권을 청구해야한다”며 “만일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으면 주주들의 반발은 물론 배임 혐의도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원이 퇴사한 지 5년, 10년이 지나도 무조건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동양그룹과 금융당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비대위는 금융당국이 동양증권의 불완전 판매에 뒤늦게 대처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사진=김학선 기자> |
금융투자업계에서 직원이 회사로부터 구상권을 청구 당하는 일은 흔하다. 고객 동의 없이 하는 임의 매매로 금전적 손해를 끼쳤거나, 선물옵션에서 주문 실수로 수억 수십억원의 손해를 회사 측에 입혔을 때는 다양한 사례가 있다.
판례를 보면, 서울지법 동부지원의 2002년 7월 26일 선고한 2001가합2691 판결이 직원의 책임 범위까지 구체적으로 정했다.
이 판결은 대신증권 보라매지점 영업부 김모 차장이 1997년4월부터 1998년3월까지 고객 김모 씨가 주식투자 권유를 받았다고 큰 손실을 보자 회사와 직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 관한 것이다.
고객 김모 씨는 음식점을 경영하며 주식 매매를 해본 경험이 전혀 없었는데, 김모 차장의 권유만 믿고 수차례 걸쳐 총 5억600만원을 투자했다가 1억1122만원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김모 차장은 ‘중원’이라는 기업에 투자했다가 부도로 투자 손실을 냈다.
법원은 증권회사 임직원이 투자가에 대한 불법행위책임부터 따졌다. 투자가에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 형성을 방해하거나 고객의 투자 상황에 비춰 과대한 위험성이 따르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경우에 한 해, 보호의무를 저버린 행위여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주식 투자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며 고객의 손실이 발생해 증권회사와 그 직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했다.
결국 김모 차장은 손실의 75%를 책임지고 이에 대한 이자를 2001년3월부터 2002년7월까지 연 5%, 이후부터 모두 갚는 날까지 연 25%를 배상해야 했다. 법원이 대신증권의 책임을 인정했으면서도 손해 배상은 직원에게 물도록 한 것이다.
◆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의혹, 규모와 대상자 많아… 대규모 배상 우려
동양증권 CEO가 나서 직원들에게 계열사의 채권 판매를 독려했을 정도로 증권사로서 CP 발행기업이 적정요건을 확인해야 하는 의무를 져버렸고 독립성도 무시당했다는 지적이 많다. 또 감독기관의 감독 부실까지 겹쳐 사태를 키웠다는 의혹도 있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이 불완전 판매책임이 있지만, 직원이 금전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 가능성이 보여준 판례도 있다.
동양그룹 5개 계열사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4만 여명의 개인투자자가 2조원 가량의 피해를 당해, 10%만 배상 책임 판결이 난다고 해도 2000억원대를 직원들이 물어내야 한다. 특히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높은 전화를 통한 계약이 1만6000여건으로 규모가 6700억원에 달해, 직원의 책임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동양증권 노조가 현재현 그룹 회장의 자택을 찾아 항의하고 회사 차원에서 모(母)그룹에 반기를 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는 배경에 ‘구상권’을 염려에 놓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동양증권 사측과 노조는 이에 대해 직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직원들은 회사를 위해 일한 것인 만큼 구상권 등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지금은 책임 여부를 조사하는 단계이므로 배상 등을 논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