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080원 상향 돌파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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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박기범 기자] 서울 외환시장의 딜러들은 미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 실패할 경우 엔화와 유로화의 강세를 예상했다.
또한 원화 등 이머징 통화와 미 달러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원화강세 흐름이 강해 원/달러 1080원 상향돌파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은 오는 17일이면 재무부의 현금 보유고가 바닥나 국가부채 상한을 올리지 않으면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 케어'를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합의안이 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외환시장의 A 딜러는 "지금까지 통화에 크게 반영되지 않은 까닭은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채한도 협상 마감일에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각국의 경상수지 등 펀더멘털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콜럼버스 데이(10월 중순), 추수감사절(11월 중순), 크리스마스(12월 말)등 10~12월 사이 미국의 공식휴일이 몰려있다. 미국소비의 약 40%가 이 시점에 이뤄진다. 올해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질 경우 미국 소비자들을 노리고 대목 특수를 준비한 전세계 기업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B딜러는 "미 부채한도 협상이 실패한다면 미국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이는 신흥국 경기부진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경기 펀더멘털을 기초로 베팅하는 통화의 특성상 신흥국 통화약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달러 상승, 그러나 1080원 상향 돌파 어려워
8월 이후 줄곧 무거운 움직임을 유지하고 있는 원화에 대한 서울 환시의 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경상흑자, 외인들의 주식순매수 등으로 달러공급이 우위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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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아무리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져도 1079.20원 돌파가 쉽지 않아보인다"며 "부채한도 협상의 불확실성은 1080원을 상향 돌파할 기회를 주는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환시의 딜러들 역시 마찬가지 의견이다.
B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겠지만 시장을 '패닉'상태로 이끌지는 못할 것"이라며 "또한 원화의 기초체력이 다른 이머징 통화보다 좋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환시는 주요지점 힘겨루기 중
미국정부 폐쇄 이슈와 다르게 채무불이행 이슈는 국제통화 가격에 스멀스멀 반영되고 있다. 이는 8일 현재 달러/엔 96엔, 달러인덱스 80에서 치열한 공방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 지점은 달러 강·약세의 가늠자로 평가받고 있다. 달러/엔 96.70엔은 200일 이평선으로 2012년 11월 중순 이후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고 달러인덱스 80은 2011년 이후의 달러 강세 흐름을 재개할 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공방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바로 이 지점에서 환율의 추세가 결정될 것으로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점치고 있다. 이에 딜러들은 각자의 뷰에 맞춰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C딜러는 "미국 의회가 국가를 부도 상태로 몰아넣고 정치적 이득을 내는 소탐대실 행보를 보이긴 힘들 것"으로 관측하고 달러 저가 매수의 기회로 관측했다.
반면 A딜러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타결이 쉬워보이지 않다"며 "앞으로 한·두 번의 불확실성이 나타나면 확실하게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박기범 기자 (authenti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