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기재부 의견 상이..GTX "청와대, 국회가 풀어야"
[뉴스핌=이동훈 기자] "지역 주민들은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가 된다 안된다 기사가 뜨면 곧바로 시청으로 어떻게 된거냐고 전화가 옵니다.
부시장도 GTX에 대한 언론 보도를 꼼꼼히 챙기라고 할 정도지요. 그런데 A노선만 우선 착공하라면 지역 주민들의 실망이 어떨지 심히 걱정됩니다" 경기도 한 시청 공무원의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요 공약 사업인 GTX 사업이 난국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GTX 3개 노선 동시 착공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와 함께 동탄에서 고양을 잇는 A노선을 우선 착공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착공 순위가 밀린 송도~청량리 B노선과 의정부~군포 C노선은 10년 안에 착공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24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세개 노선을 동시에 착공하지 않고 한 노선만 먼저 착공을 하게 되면 나머지 노선은 사실상 10년 안에 삽을 뜨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며 "어차피 민자사업으로 할 거라면 3개 노선 동시착공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기재부 예비타당성 평가 결과 A노선만 우선 착공하는 것으로 확정되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 기간은 3~4년이 걸린다.
올해 안에 예타 결과가 나오면 내년부터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민자 사업 적격성 평가 등의 일정을 소화하는데 2~3년이 걸린다. 이렇게 되면 빨라야 2017년이나 2018년이 돼야 착공을 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착공 순위가 밀린 2개 노선은 아예 예타 재평가를 신청하지도 못한다. 우선 착공된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권이 바뀐 2018년 이후에나 예타를 다시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예타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해도 실제 착공은 10년 안에 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다. 특히 우선 착공 순위에서 밀릴 것으로 전망되는 B노선과 C노선은 대체 철도도 부족해 지역 주민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인천광역시 관계자는 "A노선은 신분당선 연장이나, 분당선 연장, 그리고 삼성~동탄간 KTX(한국형 고속철도)도 있는데 굳이 A노선을 먼저 착공하라는 건 기재부가 국가 재정 절감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3개 노선 동시 착공이 어려우면 우선 철도 노선이 부족한 지역부터 GTX를 착공해야한다는 게 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인천 송도국제도시로 유치한 UN(국제연합)산하 기구인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도 새로운 문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와 인천광역시가 GCF 유치 과정에서 송도와 서울 도심을 잇는 GTX B노선 건설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만약 GTX B노선의 착공이 장기간 연기되면 정부가 UN을 상대로 '사기'를 벌였다는 비난도 받게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만약 3개 노선 동시 착공이 불가하다는 예타 결과가 나오면 국토부가 다시 사업계획을 알맞게 수정해서 예타를 받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예타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민자사업 방식으로 추진하는 GTX 사업계획을 재정사업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정상 사업 추진은 계속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GTX 문제는 난마처럼 꼬여있는 상황"이라며 "좀더 고위층(청와대·국회)에서 주도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