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 줄이고 비핵심자산 매각, 합리화 추진
[뉴스핌=권지언 기자] 최근 연준의 양적완화 점진적 축소(테이퍼링, tapering) 이슈와 중국의 경기 둔화 불안감 등 글로벌 변수에 신흥국 증시가 급격한 변동세를 연출한 반면, 베트남 시장은 견조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그 비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들어 베트남 증시가 16% 오르며 이머징 마켓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선전 배경을 집중 분석했다.
같은 기간 MSCI 이머징마켓지수의 경우 오히려 3.7% 하락했고, 최근 연준 테이퍼링 연기 소식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 우려 등에 신흥국 증시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 증시 상승이 더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이다.
WSJ는 베트남 증시가 이 같은 차별화에 성공한 것은 경제 체력을 키워준 개혁 추진이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베트남 경기 호황은 2009년에 끝났지만 이후 베트남은 위기 탈출에 급급했던 주변 신흥국과는 달리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은 호황이 종료된 뒤로 국영기업 비중을 줄이고, 비핵심자산을 매각 및 분사하는가 하면, 장부상에만 존재하던 “유령 직원”들 수 만 명을 해고하는 등 과감한 정책들을 펼쳐왔다.
올해 역시 그간 연기됐던 베트남항공 기업공개(IPO)를 비롯해 여러 민영화 조치들을 재개한 상태다.
게다가 뉴엔 탄 덩 베트남 총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베트남정부가 현재 성장에만 매진하기 보다는 인플레 억제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정책기조는 일부 기업들의 신뢰도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HSBC 이코노미스트 프레드릭 뉴먼은 “투자자들이 기타 신흥시장과 베트남을 차별화할 때가 온 것 같다”면서 물론 베트남 정부가 투자 유치에 더 힘쓰긴 해야겠지만 다른 곳의 위기를 살펴보면 베트남이 개혁 덕분에 지금처럼 선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트남 경제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되는데, 그 중 한 곳이 증시다. 실제로 맥쿼리와 베트남 최대 기금운영사인 비나시큐리티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베트남 증시 종목 상당수가 경쟁력 있는 상황이라면서 매수 기회가 많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은행 대출이 올 1월부터 8월까지 6.5% 늘어난 점 역시 청신호다.
다만 WSJ는 문제점 역시 남아 있다면서, 뉴엔 탄 덩 총리를 중심으로 정치적 갈등이 형성되면서 최근 답보상황인 개혁 조치들이 꽤 있다고 지적했다.
HSBC의 뉴먼은 베트남이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지속적인 개혁이 없다면 이들 업체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WSJ는 베트남 외에도 폴란드와 필리핀 등도 부패 척결 등 기초체력을 다져 선전하고 있는 신흥국으로 꼽았다. 폴란드 증시는 올 들어 현재까지 5.3% 올랐고, 필리핀의 경우 11%가 뛴 상태다. 반면 상품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브라질의 경우 증시가 올 들어 10% 빠졌다고 지적했다.
주요 신흥국 증시 1년 추이 비교[출처:블룸버그] |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