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최근 3년간 정부가 지원한 연구비를 유용하거나 횡령한 R&D(연구개발) 연구비가 약 541억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이상일 의원(새누리당)이 8일 정부의 모든 부처와 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국가 R&D 연구비 부정사용 현황'에서 밝혀졌다.
이번 집계결과 유용하거나 횡령된 연구비는 2010년에 약 277억원(137건) 2011년에 약 140억원(101건) 2012년에 약 123억원(85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용‧횡령된 연구비가 가장 많은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010년에 발주한 '대형 해상풍력발전 시스템 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의 연구기관은 연구비 통장에 들어온 30억원의 연구비를 출금해 기업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이로 인해 연구비 전액을 환수당했고 5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가 제한됐다.
연구비를 유용‧횡령한 연구기관을 가장 많이 관리하고 있는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였다. 물론 다른 부처에 비해서 R&D 사업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사업의 연구기관들은 전체 부정사용 연구비 약 541억의 73.4%에 달하는 약 397억원(193건)을 불법적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환경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관리하는 사업의 연구기관이 유용‧횡령한 연구비는 각각 약 45억원, 43억원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사업의 부정사용 연구비 다음으로 많았다.
연구비를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내 유수의 명문대인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323건의 연구비 유용‧횡령 사업 중에 대학연구기관이 주관한 사업은 37개였고 그 중에서 7개 사업은 서울대가 주관했다. 또 연구비를 부정사용해 적발된 대학연구기관 37개 사업의 연구책임자 중 35명의 교수가 최대 5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가 제한됐다.
규모나 실적면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6건이나 연구비를 불법적으로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부정사용 연구비도 총 14억 7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출연연에서조차 정부 R&D 지원예산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유용‧횡령된 연구비는 시급히 환수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유용‧횡령된 연구비 약 541억원 중 약 190억원(78건)을 아직도 환수하지 못하고 있어 미환수율이 35.1%에 이르고 있다.
연구비 유용‧횡령을 적발하는 방법은 주로 연구완료 후 연구비 사용실적서를 받아 점검하고 현장 실태조사 시 구매한 장비는 모두 입고되어 있는지 허위기재는 아닌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회계법인 등 위탁정산기관에서 연구비 정산 시 의문스러운 사용이 있으면 조사기관에 의뢰해 부정사용을 적발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관리하는 R&D 사업은 한국연구재단에서 샘플정산을 실시한다. 사업이 완료되면 연구비 사용실적서를 받아 점검하고, 연구비정산팀이 5%를 추출해 정밀정산을 해서 적발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주관연구기관이 대부분 민간기업이라는 특성상 모든 과제에 대해서 전수정산을 한다. 이렇듯 R&D 사업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들은 상시적인 점검과 실태조사를 통해 연구비가 유용‧횡령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비 유용‧횡령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는 전자시스템을 활용한 점검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모든 사업의 연구비 지출을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통합 연구비 관리시스템(RCMS)’을 올해 말까지 80%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연구기관이 연구비를 사용한 후 관리시스템에 세금계산서 등을 올리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그 금액만큼 출연금을 지급하는 구조이다.
이상일 의원은 연구비 부정사용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과학기술기본법'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에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대상은 연구책임자와 연구기관‧참여기업으로 되어 있는데 연구책임자 뿐만 아니라 참여연구원도 제한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참여제한 조치를 받는 8가지 위반사항 중 1개를 위반하거나, 8개를 위반하거나 참여제한 기간이 모두 동일하게 5년의 범위로 한정되어 있는데, 관련 전문가들과 검토 후 이를 위반사항의 개수에 따라 참여제한 기간에 차등을 두어 최대 10년까지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정부는 연구현장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이용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연구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서 연구윤리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명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