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유출 3년래 최대...인도·태국 등 트리플 약세 속 중국 '선전'
강남 김여사가 먹고 살기 힘들어 집나갔다는 우스개소리가 금융가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최근 투자자들은 국내 저성장·저금리에 따른 투자처를 찾지 못해 국제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정보 때문에 일면적이거나 일회적인 특징에 혹하기 쉬운 것이 현실입니다. 뉴스핌 국제부는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특징과 자금흐름의 추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매월 그리고 분기나 반기별로 글로벌 포트폴리오 변화를 진단하고 흐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註]
[뉴스핌=김동호 기자] 올해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여 왔던 선진국 증시가 8월에는 신흥국들에 비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시리아 사태 악화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그간 상승 폭이 컸던 선진국쪽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신흥국 증시 역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인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지역 국가들의 환율이 급등하며 증시는 급락했다.
2일 MSCI바라 지수에 따르면 지난 8월 한달간 MSCI세계지수 등락률은 -3.8%를 기록했다. 이 기간 MSCI선진국지수는 -4.0%, MSCI이머징지수는 -2.7% 가량 움직였다.
선진국 중엔 특히 미국 증시의 낙폭이 컸다. 미 다우지수는 4.5% 가량 하락했으며, 나스닥은 1.0%, S&P500지수는 3.1% 떨어졌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증시가 1~3% 가량 밀렸다. 반면 호주와 캐나다 등은 소폭 상승했다.
9월 미 연방준비제도가 그간 지속해왔던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따른 군사제재 우려가 커지며 증시는 조정을 받았다.
도이체방크의 빙키 샤다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지난 5월부터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 축소을 실시할 것인지 여부는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존재해왔다"고 지적했다.
*사진: 세계 증시 및 환율, 출처: 키움증권 |
실제로 8월 한달 간 미국 ETF에선 최근 3년래 가장 많은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 집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으로 8월 한달 간 미 ETF에서 161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 2010년 1월 171억달러의 자금 유출 이후 최대 규모다.
◆ 인도를 제외한 브릭스는 상대적으로 선전
인도와 인도네시아 증시가 10% 이상 급락 양상을 보이고 신흥국으로 불안감이 퍼져나갔지만 신흥시장 주식 전체로 보면 선진국 증시보다 낙폭이 작았다.
중국과 브라질 증시가 3% 넘게 상승한 영향이 컸다. 한국 증시도 소폭 상승한 가운데 폴란드 등 일부 동유럽 증시도 선전했다.
러시아 주가지수는 8월 한 달 3.3%의 낙폭을 나타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증시는 1.7% 올랐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 일부 국가가 급락세를 보였는데, 이들 국가는 글로벌 투자자금 유출로 인한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며 증시 역시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인도의 경우 8월 중 루피화의 가치가 8% 이상 급락하며 증시는 4% 가량 떨어졌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역시 환율이 6%, 2.5% 가량 상승하며 증시는 각각 9% 가량 급락했다.
이 같은 일부 신흥국들의 주가 급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로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국가들, 특히 그 중에서도 외국인직접투자(FDI) 보다는 투기적인 자본(Hot Money)에 의존해 성장해 온 나라가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미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전망 속에 경제성장 둔화 조짐이 겹치면서 일부 취약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격이 감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을 이들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선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JP모간의 자한지르 아지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는 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만 막으려 하지 말고 외국인에 의한 국채 및 회사채 장기투자에서 제약을 풀어주는 등 투자를 끌어들일 유인책을 제공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한국투자증권 |
한편, 월가 구루들은 여전히 미국 증시가 내년까지 20% 가량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월가 전략가들, 미 증시 전망 여전히 밝게 봐
월가 유력 금융주간지 배런스(Barron's)는 최근 월가 최고 투자전략가 10인을 상대로한 시장전망 조사 결과, S&P500 지수가 올해 연말 1700포인트까지, 지난 주말 종가에 비해 약 4% 더 오를 것이란 컨센서스가 도출됐다고 소개했다. 일부 전략가들은 18개월~24개월 전망으로 지수 2000포인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S&P500 지수는 8월 조정에도 불구하고 14.5%나 되는 강력한 상승세를 보인 상태로, 앞서 컨센서스가 맞는다면 한 해 상승률이 무려 19%에 이르는 셈이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 13.4%가 무색한 성적이 된다.
최근 월가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미래 실적에 대해 높은 기대 가격을 지불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S&P500 지수의 포워드 주가수익비율(forward PER)은 14배로, 지난해 연말 13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역사적 평균 포워드 PER가 15배이고, 최근 20년 동안 평균은 이보다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미국 증시가 저렴하지 않지만 또한 그렇게 고평가된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월가 '구루'들은 올해 상반기 주요 기업들의 실적 성장률이 5% 정도에 그쳤지만, 올해 4/4분기에는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보다 강해지고 있는 미국 경제성장률에 따라 연말 기업들의 실적성장률을 8%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 도출됐다. 올해 연간 S&P500 기업들의 주당 순이익은 107.85달러로 예상됐으며, 내년에는 116.50달러까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
업계 애널리스트의 컨센서스는 올해 주당 110달러, 내년 123달러로 각각 최고 전략가들 보다 높은 편이다.
구루들은 경제 성장에 따라 가장 수혜가 클 업종으로 첨단기술주(IT업종)와 공업주를 꼽았다. 올해 미국 증시의 공업주가 선전한 반면 기술주는 부진했다. 하지만 이들 두 업종은 내년까지 가장 강한 실적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란 것이 이들의 예상.
국채수익률이 상승하고 곡선기울기가 더 가팔라짐에 따라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종주도 상대적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참고로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말까지 10년물 재무증권 수익률이 4%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연말 1.76%였던 10년 금리는 현재 2.75% 수준이다.
전략가들은 설비업종과 통신업종 그리고 기초소비업종 등 방어주는 계속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점에서 올 하반기의 큰 테마는 대형 경기순환주가 소형 방어주에 비해 승리를 거둘 것이란 예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대형 경기순환 민감주 중에서 원자재업종은 예외일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상품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물론 월가 최고 전략가들의 컨센서스가 낙관적이라고는 하지만, 그 속에 비관적인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10명의 전략가들 중 3명은 올해 연말까지 S&P500 지수가 1600포인트 선으로 약간 더 밀릴 수 있다고 봤다.
이런 비관론의 배경은 기업 실적 전망이 기대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것과,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변화에 대해 투자자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예상에 있다.
9월에 '테이퍼링' 개시가 결의되면 앞서 5월과 8월에 월가가 보여준 우려가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미국 의회가 예산논쟁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10월까지 국채발행 한도 확대를 놓고 극단적인 대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럽과 신흥시장의 부진한 성장률과 중동 등의 지정학적인 긴장 고조 역시 주식시장의 역풍이 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