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국내에서 ‘지프차’가 SUV의 대명사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4륜 구동으로 비포장 도로를 경쾌하게 달리는 차는 브랜드를 불문하고 ‘지프차’라고 불렀다. 이 지프차의 유례가 미국 브랜드 지프였음은 두말할 것 없다.
오늘날 SUV 차종은 두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지만 오프로드의 대명사인 지프 특유의 DNA는 고스란히 살아있다.
지프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이하 루비콘)은 이 지프 브랜드 중애서도 지프 고유의 정신에 가장 근접한 자동차 중 하나다. 그랜드체로키, 랭글러 사하라 등 다양한 지프의 브랜드 속에서도 루비콘의 인기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이 루비콘을 직접 시승해봤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루비콘을 보고 느끼는 첫인상은 ‘남성성’이다. 잘 빠진 쿠페스타일의 세단이 대세가 되고 있다면 지프 루비콘은 변하지 않는 투박함과 강인함을 상징하는듯하다. 지프 특유의 직사각형 모양의 바디와 원형 헤드램프, 탈착이 가능한 하드탑은 그야말로 지프의 대명사다.
2열은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지지만 트렁크의 넓은 공간은 흡족했다.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타프에 텐트, 스텐드형 그릴까지 꽉꽉 채워 넣고도 남을법했다.
과연 성능은 어떨까. 시동을 걸자 디젤 엔진음이 우렁차게 들려온다.
소음? 연비? 루비콘은 이런 사소한 걸 신경쓰는 차가 아니다. 섬세한 편의사항도 논외다. 남자의 차니까. 루비콘은 차체의 도어을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윈도우 스위치도 중앙콘솔에 자리해 있다.
그나마 루비콘에 새롭게 적용된 유커넥트 멀티미디어 센터가 6.5인치 터치스크린 LCD 디스플레이와 연동돼 헨즈프리, 음성인식, MP3 음원 저양용 내장 하드 지원 등의 편의기능을 지원한다.
도로로 진입하자 2톤이 넘는 차체가 질주를 시작했다. 2.8 CRD 디젤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46.9kg·m의 최대 토크는 가솔린 세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힘의 상징이다. 가속패달을 꾹 밟으면 우렁찬 엔진음과 함께 육중한 차체가 힘차게 치고 나간다.
반면 고속 주행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속력이 신통치 않았다. 시속 100km을 넘어가면서 가속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풍절음과 엔진음은 옆 사람과 조용한 대화도 힘들게 했다. 엑셀 패달을 깊게 밟아줘야 하다보니 장시간 주행시 발목이 제법 뻐지근했다.
사실 루비콘의 매력은 고속주행이 아니라 오프로드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비포장길로 진입해 루비콘의 주행모드를 2륜(2H)에서 4륜(4H)으로 바꾸자 흙길도 미끄러짐 없이 주행한다. 차체가 높고 서스펜션이 단단해 승차감이 떨어지는 것은 감안해야한다. 하지만 적어도 비포장 도로에서 차체 밑바닥이 긁히거나 튀는 돌에 손상될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점이 늘 긴장하며 지나야 하는 오프로드를 유쾌한 주행으로 만들어주는 요인이다. 비포장 살짝 길 밖으로 벗어나서 주행하자 승차감은 한층 격렬해진다. 잡초와 제법 큰 돌을 밟고, 돌을 튕겨내면서도 거침 없이 앞으로 나간다.
만약 도심형 SUV라는 타이틀의 차였다면 차 하부 손상을 적잖게 걱정해야 했을 것 같다.
다만, 시승에 나서며 떠나지 않았던 고민은 서울 근교에서 시승을 위해 비포장 도로를 찾기가 의외로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 세단으로도 주행이 가능한 어중간한 비포장 도로에서 루비콘의 진가를 시험하기도 개운치 않았다.
결국 루비콘 구매를 검토하는 사람들은 오프로드 기능을 얼마나 맛볼 수 있는 환경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특히 최근 아웃도어 열풍이 불면서 캠핑, 낚시 등 오프로드를 주행할 일이 많은 사람에게는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루비콘의 가격은 부가세포함 5070만원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