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봉준호 감독 영화 중에 이렇게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 또 있었나 싶다. 봉준호 작품 중에 엇갈린 반응이 쏟아지며 명작이다 아니다 논란이 일었던 건 ‘마더’가 시작이지만 ‘설국열차’를 바라보는 객석의 시선은 그때보다 심하게 양분되고 있다. 원인이 뭘까.
논란을 떠나 ‘설국열차’는 대박 행진 중이다. 7월31일 개봉한 이 영화는 단 나흘 만에 45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질주하고 있다. 첫날 41만8000명을 동원했고 둘째 날 이보다 많은 60만 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며 이틀 동안에만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포털사이트 평점이 7점대인데도 흥행세가 이 정도라면 대충 이런 짐작이 가능하다. ‘봉준호가 만들었다면 믿고 볼만한 영화’라는 공감대가 극장가에 뿌리깊게 자리해 있다는 것. 의심할 여지 없이 봉준호 감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실력파 감독이다. 여기에 할리우드 스타들과 거대자본이 투입됐으니 객석의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오락성에 큰 기대를 했던 관객이라면 뜻하지 않은 암초에 당황할 수 있다. ‘설국열차’는 생각보다 지루하다. 지나치게 어두운 감도 있다. 인류를 덮친 새 빙하기, 유일한 생존지역인 열차 안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어지간해선 집중하기 어렵다. 엔진칸을 점령하기 위해 긴박하게 이어져야 할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이 객차를 지날수록 산으로 향한다. 마지막엔 허망함마저 밀려온다. 혹자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지만 과연 그럴까. 진부한 전개와 헛헛한 결말. 봉준호 감독은 상업영화 만드는 사람이다. 그것도 몹시 주목 받는 감독 아닌가. 그런 봉 감독 작품이 지루하다는 건 분명 관객에게 민폐다.
결정적으로 ‘설국열차’는 재미가 없다. 상업영화의 덕목인 오락성이 빠져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는 예술영화도 아니다. 온갖 진귀한 식재료를 가져다 요리했는데 맛이 없는 꼴이랄까. 혹자들은 진중한 메시지를 발견했다지만 그렇지 못한 관객도 있다. 영화에서 뭘 끌어내고 느끼려 애쓰는 건 감독과 배우에게 어지간한 애정이 있는 마니아들의 몫이다. “글로벌 대작이라 생각 말고 그저 즐겨달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은 부풀리거나 폄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부탁이 아니었을까.
관객은 냉정하다. 분명 봉준호 감독은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우리가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서스펜스와 오락성의 기막힌 배분을 보여줬던 그이기에 작품이 나왔을 때 논란이 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노릇이다.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흥행성적을 보이는 ‘설국열차’의 아이러니한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지켜볼 일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