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보 제공은 9월로 연기, 온건파 입김 강해져
[뉴스핌=김사헌 기자]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양적완화 축소 개시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책성명서와 결정 투표에서 변화는 생각보다 크게 드러났다.
7월 31일까지 이틀간 열린 FOMC 회의 결과,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7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반대표를 접었다. 대신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반대에 나섰다
연준 내 '비둘기파'가 승기를 잡자 '매파'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지 총재는 그 동안 계속 연준의 과도한 부양책이 거품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이를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불라드 총재는 최근에 인플레율 하락을 강조하면서 완화정책을 더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 '완만한'에서 '매우 완만한' 회복.. 경기 판단 변화 의미는
7월 회의에서 FOMC의 변화는 성명서 문구 변화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해 '적당하게 완만한(Moderate)'을 '매우 완만한(Modest)'으로 낮췄다.
풍속으로 따지면 0부터 12등급까지 있는 보퍼드계급(Beaufort scale)에서 'Modest'는 약 2~3계급에, 'Moderate'는 4급 정도에 각각 해당한다. 우리말로는 남실바람(경풍)이나 산들바람(연풍)을 'Modest'라고 볼 수 있고, '(Moderate)'는 건들바람(화풍)에 해당한다.
이 바람의 등급에서 5계급부터는 흔들바람(질풍), 된바람(웅풍), 센바람(강풍), 큰바람(질강풍), 큰센바람(대강풍), 노대바람(전강풍)으로 가고 10계급(노대바람, 전강풍)을 넘어가편 왕바람(폭풍)과 싹쓸바람(태풍)이다.
FOMC 성명서는 또 최근 모기지금리 상승이 주택시장 회복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과, 지속적으로 2%를 밑도는 물가, 즉 디스인플레이션 경향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주의도 담았기 때문에 불라드 총재는 그 동안 반대를 접고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만족감'을 나타낸 것이다. 그는 그 동안 물가 안정목표 달성 면에서 물가 상승에만 주목하고 그 반대는 고민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문제 삼았다.
또 이번에 FOMC는 자산매입 규모의 축소 개시 시점에 대해 전혀 새로운 힌트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그 시점이 9월보다 연기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조지 총재의 '반대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우려의 표시인 셈이다.
연준 정책결정자들의 7월 회의에서 태도 변화는 또한 '테이퍼링(tapering)' 즉 자산매입 규모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뒤에 금융시장이 보여준 변동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과 경제 내에 본격적인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그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확인한 뒤 거품 우려가 줄어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밋밋해 보이는, 그러나 "불라드 총재의 승리"
월가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FOMC 결과에 대해 밋밋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조슈아 샤피로 MF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성명서는 버냉키 의장의 반기 의회 증언과 대동소이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여전히 9월에 양적완화 축소 개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시장 컨센서스는 변화가 없었고, 또 그 시점이 생각보다 늦어질 것이란 주장을 하는 사람도 의견을 그대로 유지했다.
물론 이러한 견해가 유지될 수 있는지는 앞으로 나올 미국 경제지표가 얼마나 빠른 회복을 시사하는가에 달렸다.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판단은 변화가 없다. 연준은 금리인상 가능시점에 대해 실업률이 6.5%를 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2.5%를 초과하지 않는 한 제로금리를 계속 고수할 것임을, 즉 긴축정책으로 전환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고수했다. 버냉키 의장은 '테이퍼링'이 '타이트닝(tightening)'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웰스파고의 전략가는 이번 결과에 대해 "양적완화 축소가 올해 말까지 이루어지고 내년에 종료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 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새로운 변화가 없고, 연준이 제시한 경로가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7%로 예상보다 강했고 민간고용과 제조업 경기도 좋게 나온 것은 연내에 '테이퍼링' 개시 가능성을 지지한다는 평가다.
하지만 핌코(PIMCO)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최고경영자(CEO)도 이번 FOMC에 대해 "QE 축소 시기와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주지 않고 이를 9월로 연기한 것"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빠른 경기 회복을 시사하는 경제지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줄어들기를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9월에 양적완화가 개시될 가능성이 이번 회의 결과 좀 더 멀어졌다는 주장이 많다. 다이와캐피탈마켓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모란은 "정책 기조는 변화가 없지만 경기 판단이 작지만 변화가 있었던 것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자산매입은 당분간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모기지금리 상승을 주목한 것도 주택시장 회복의 위험요인에 대해 경계한 것이며, 이 시장이 하방위험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는 자산매입을 축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러 타박의 앤드류 윌킨슨 역시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증세와 재정지출 감축으로 인한 경제의 부정적인 영향이 드러난 가운데, 디스인플레이션 경향이 고착되면 대응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연준이 이 지점을 가장 주목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주로 채권투자전략가들이 제시하는 의견이다.
"불라드 총재의 승리"라고 묘사한 채권전략가들이 많았다. 이들은 9월부터 자산매입을 축소하기로 한다면 그 동안 자산매입 규모가 너무 크다고 판단했거나 또는 그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되면서 스스로 시장을 왜곡해왔다는 점을 시인하게 되는 부담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