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매입 축소 여부 힌트 얻기 어려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른바 ‘테이퍼링’의 시기와 형태 및 규모에 대해 일절 언급을 피했다.
연준의 행보와 시장 방향을 저울질해야 하는 투자자들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의 문구를 붙들고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표정이다.
무엇보다 회의 후 벤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이 생략돼 연준의 정책 향방을 엿볼 통로가 막혔다는 지적이다.
이날 연준은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후 월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과 0~0.25%의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성명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이다. 전월 경기가 ‘적정 수준의’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완만한’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문구를 수정했다. 이는 경기 전망을 다소 낮춰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연준은 모기지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고, 인플레이션의 저조한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미세한 문구 변화에서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자산 매입 축소 여부에 대한 힌트를 얻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9월 연준의 테이퍼링 가능성을 열어둔 채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지표 향방을 지켜보자는 움직임이다.
밀러 타박 증권의 앤드류 윌킨슨 애널리스트는 “성명서에서 커다란 차이가 엿보이지 않았고,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값싼 유동성이 당분간 금융시장 주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아시워스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에 대한 판단이 ‘적정’한 회복에서 ‘완만’한 회복으로 낮춰졌지만 이와 동시에 경기 회복이 현 수준에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며 “향후 자산 매입 축소 여부에 대한 연준의 속내를 읽어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사정은 유럽중앙은행(ECB)도 마찬가지다. 최근 소비자 신뢰지수와 실업률 등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지속성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신용경색이 여전한 만큼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어느 방향으로든 입을 떼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드라기 총재가 최근 상당 기간 팽창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움직임에 따른 투자심리 냉각을 해소했지만 2일 회의에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RBS의 리처드 바웰 이코노미스트는 “거시경제 지표와 자금시장의 유동성 흐름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어 ECB가 정책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