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50%나 개선됐다는 소식에도 외국 금융시장과 언론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애플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줄고 삼성의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와우'란 반응은 없었다. 왜일까.
이는 순전히 삼성전자가 이미 앞서 실적을 예고하고 기대치와 거의 엇비슷한 실적을 내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서 모바일부문 이익이 1분기에 비해 줄어든 것이 주목을 받았다. 경쟁상대가 점차 부상하고 있는 신흥시장의 경쟁기업들이란 판단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6일 자 뉴욕타임스(NY Times)는 "삼성이 새 주력상품인 갤럭시S4를 내놓았지만 모바일폰 사업부문의 실적이 1분기 보다 좋지 않았다"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라디오시티에서 마케팅 행사를 했지만 그 사이 경쟁사들도 새 제품들을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미국 애플사 역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강력했지만, 중국시장에서는 고전했고 아이패드 판매도 좋지 않았다"면서, "투자자들은 최근들어 애플과 삼성전자가 신흥시장에서 등장하는 경쟁자와 충돌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사업체 캐널리스(Canalys)의 피트 커닝엄 분석가가 "애플과 삼성은 자기 성공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이는 양 사가 매 분기 막대한 실적 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무얼 잘못하고 있는지가 잘 보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도 소개했다.
고가 스마트폰시장은 거의 포화상태가 되고 있고 저가제품 시장에서 신흥경쟁자들이 올라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이 애플보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유리하다지만 중국업체의 맹렬한 저가제품 공세가 만만치 않고 소니와 HTC, 노키아 등 기존의 강력한 경쟁자들도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도입한 제품들을 점차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시장의 성장은 계속 계절성이 강해지고 있고 새제품이 나오면서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 또 신흥국과 선진국의 스마트폰 수요 증가는 선진국의 LTE 제품으로 교체와 연말 프로모션이란 요인과 중국 등 저가제품 수요 증가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태블릿시장은 신흥국과 선진국 수요가 모두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점차 새로운 제품이 도입되면서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고 최근 상황을 묘사했다.
배런스는 한국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의 수익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컨센서스'를 형성해 가고 있다면서 "이제 관건은 그 줄어드는 폭이 얼마나 될 것이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CNBC뉴스도 같은날 "삼성에겐 애플이 아니라 신흥세력이 위협"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중국 화웨이나 레노버, 인도의 마이크로맥스와 같은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의하면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의 에이제이 선더 선임이사는 "당장은 이 저가제품군과 경쟁하지 않는닥 해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100~200달러 대의 제품군에서는 강력한 모델들이 없다"고 분석했다.
뉴스는 또 씨티그룹의 분석을 인용, 선진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75%~85%에 이르기 때문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은 빠르면 내년초에 조만간 포화상태가 될 것이란 전망을 소개했다.
또다른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테크놀로지마켓의 톰 강 모바일기기 담당 전무이사는 "시장에서 반응이 삼성전자가 빠르게 변화하는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에 적응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면서 "너무 고가 제품에 집중하지 말고 이제는 중간급 제품으로 초점을 이동할 때"라고 주장했다.
강 이사는 삼성의 브랜드 경쟁력 때문에 당장은 저가제품 제조업체들이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이들이 삼성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다만 과거 경험을 토대로 한다면 삼성은 또한번 이 같은 경쟁과 시련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뉴욕타임스는 포레스터리서치의 브라이언 왕 분석가가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삼성이나 애플이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그래도 두 업체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는 점을 소개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조사에 의하면, 2분기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30.4%를 기록, 지난해 같은 시점의 32.2%에서 비해 소폭 낮아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매출 증가율은 44%에 달해 애플의 20% 증가율을 무색하게 하지만, 경쟁사 LG전자는 증가율이 두 배가 넘었다.
IDC의 케빌 레스티보 선임분석가는 "스마트폰시장 조류가 아직 밀물이어서 모든 배를 다 띄우고 있는 가운데, 삼성과 애플이 지배적인 업체이지만 시장이 갈수록 파편화되면서 경쟁사들이 다른 종류의 제품으로 경쟁할 여지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는 저가제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전체 규모는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삼성전자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이익이 크게 증가한 점을 들어 스마트폰과 여타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라는 점을 환기한 것이다.
이 업체는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을 7600만 대로 추정하면서, 이는 지난해보다 56% 증가한 것이고 애플의 3120만 대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