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 핸디캡 10이었던 구력 14년의 P씨는 요즘 15를 놓고 친다. 그도 골프에 미쳤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골프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미칠 만큼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P씨가 이렇게 된 것은 어느 날 골프장에서 ‘내가 왜 이러나’하는 생각을 하고 부터다. 당시 악을 쓰며 라운드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 내기골프를 하면서 돈 몇 푼 때문에 동반자와 얼굴을 붉혔다. 스코어에도 신경을 집중했다. 스코어에 집착했다. 애꿎은 캐디만 잡았다.
갑자기 샷이 무너지면 괴로웠다. 밤새 고민했다. 라운드 하면서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오로지 이기는 골프.
그렇게 많이 필드에 갔어도 동반자를 이기는 것 외에는 생각나는 게 없었다. 비싼 그린피 내고 스트레스만 쌓이는 게 골프였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니 골프장이 온전히 보이기 시작했다. 꽃도 보이고 잔디의 감촉도 느낄 수 있었다. ‘판 돈’으로 보였던 동반자가 동료로, 선후배로 보였다. 캐디의 실수도 눈 감아 주는 여유도 생겼다. 특히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 졌다.
P씨는 골프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어 이렇게 골프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전보다 성적은 좀 안 좋지만 100% 골프를 즐기고 즐거워한다.
사실 골프가 생계수단이 아닌 아마추어가 스트레스 받으며 죽기 살기 식으로 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똑바로 날아가는 볼은 없다. 볼이 왼쪽으로 아니면 오른쪽으로 날아갔다고 투덜대고 열 받을 필요 없다.
볼이 오른쪽으로 날아가면 거기 가서 치면 되고 왼쪽으로 가면 왼쪽 가서 치면 된다. 그래도 열이 받치면 ‘내가 왜 이러지’ 하고 생각해 보라 뭐 잡고 반성도 한다는데.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