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싱가포르가 올해 미국 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도운 혐의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스위스의 입지를 위협하며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빠르게 부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운용되는 자산 규모가 1/4가까이 늘며 그간 글로벌 금융허브로 간주되던 스위스를 바짝 추격 중이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통화청(MAS)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 내 운용펀드 규모는 1조6300억 싱가포르달러(원화 1437조 상당)로 2011년의 1조3400억 싱가포르달러보다 22% 늘었다. 스위스의 경우 지난해 운용펀드 규모는 2조8000억 스위스프랑(원화 3333조 상당)으로 집계됐다.
FT는 싱가포르에서 운용되는 자산의 투자처는 주로 아시아로, 작년의 경우 운용자금의 70%가 투자돼 2011년의 60%에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헤지펀드들의 자산운용 규모 역시 지난해 775억 달러로 2011년보다 8% 가까이 늘었다.
아시아 기업인들의 자산이 늘면서 홍콩과 싱가포르가 글로벌 금융 허브인 스위스나 영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자산운용에 있어 싱가포르는 은행들에게 이미 포화시장이어서 스위스와 비교할 때 비용은 크면서 수익은 더 적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조세회피 논란과 관련해 스위스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싱가포르 내 운용 자산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한편, 스위스 은행업계 역시 이 같은 싱가포르의 부상이 일단은 별 일 아니라는 입장이다.
프라이빗뱅킹 전문은행인 스위스 롬바르 오디에르의 매니징 파트너이자 스위스 은행가협회 회장 패트릭 오디에르는 “(싱가포르의 부상을)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자산이 국제적 차원에서 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로, 이는 모든 금융 센터에 호재”라고 말했다.
스위스 은행업계의 다른 고위 관계자 역시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스위스가 될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 금융허브는 스위스”라고 말했다.
FT는 지난해 말 외자 규모가 2조8000억 스위스프랑으로 금융허브로의 매력이 여전히 강력한데다, UBS와 크레딧스위스, 율리우스 바에르와 같은 스위스 업체들이 아시아에서 대대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어 싱가포르의 부상으로 덩달아 스위스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