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오랜 역사가 무색하게도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화(民主化)'는 찾아오지 않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인해 적어도 절차적으로는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래도 안정을 찾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내부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서둘러 봉합한 수술 부위가 덧났다고 해야 할까. '현대판 파라오'로 불린 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철권 정치가 끝나고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지난 3일(현지시간) 집권 1년 만에 군부에 의해 축출되고 말았다.
(출처=AP) |
실업률은 13%를 넘기고 있고, 특히 30대 이하 청년 가운데 80%는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 국민 5명 중 2명의 하루 벌이는 2달러도 안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집트의 올해 성장률은 2%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성장은 더딘데 물가는 치솟고 있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1~11.5%에 달해 경기 부양 여력도 없다. 외환보유액은 60%나 급감했다.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집트 경제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관광업은 불안한 정국 때문에 쓰러져가고 있다. 우리나라 교민들도 이집트에서 다수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군부 집권과 함께 안정이 찾아오긴 할 것인지 불안해 하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은 집권과 동시에 "외부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것이며, 실업률을 2016년까지 7%로 떨어뜨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이걸 끈덕지게 믿을 만한 시그널은 어디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IMF에서 48억달러를 빌려오고 카타르 등 인근국가에서 지원받은 돈을 제외한다면 이집트 스스로 성장할 기반은 거의 없었다는 평가다.
무르시 정권의 집권과 더불어 국민들은 오랜 기간 국가를 좌지우지해왔던 군부가 재등장하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당장 살고자 하는 욕망이 커지자 결국 군부와 손잡았다. 무르시의 축출을 '군사 쿠데타'라고만 딱 떨어지게 말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르시 축출과 함께 이집트 증시는 급상승했다. EGX30 지수는 7.3% 뛰었는데, 작년 6월25일 무르시 대통령이 통치를 시작한 날 이후 최고 상승폭인 것이 놀랍지 않다. 알 자지라에 따르면 군부는 이집트 경제의 15~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어쨌거나 집권의 경험까지 있다.
(출처=이코노미스트) |
1992년 알제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당시 이슬람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군부가 이를 밀어버린 전례가 있다. 이후 20여년 알제리 정부와 이슬람 무장세력은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계속하고 있다. 실제 이집트내 지하드(성전) 가능성이 얘기되기도 한다.
'포스트 무르시' 중 하나로 언급되는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군부와 손잡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정당화하고 군부가 민주적 절차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유쥬의 세력의 대표인 그가 이렇게 강변하고는 있지만 앞으로의 새로운 정치 구조가 어떻게 될 지는 불확실하다.
토마스 L. 프리드먼의 NYT 칼럼도 의문점들을 제시하는 걸로 끝난다. 파워 브로커로 재등장한 군부가 새 정부 구성에 있어 무르시 정부보다 더 포괄적일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경제력의 상당부분을 거머쥐고 있는 군부가 과연 어떤 종류의 개혁에도 다 개방적일 수 있는 지를 묻는다. 그것이 진정한 관건인 것 같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