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노경은 기자]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없는 현상황에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이런 식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가 본격화되면서 재계의 한 관계자는 5일 이같이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일감을 나누는 것이 기업경영의 수직계열화 차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은데도 무리하게 정부의 세원 확보에 옭아메는 것 아니냐며 반발감도 나타냈다.
재계가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두고 불편하다.
재계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다, 이중과세 우려가 높아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당장 이달 말까지 세금을 내야 하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4일 상속·증여세법상 일감 몰아주기 과세 신고 대상자로 추정되는 1만명에게 신고 안내문을 발송했다. 30대 대기업 전체를 비롯해 국내 6200개 기업의 대주주 및 친인척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납부 대상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국세청 내부는 보고 있다.
재계는 과연 어떤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인지 헷갈린다. 세법에서는 일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를 과세 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한 이익을 증여로 간주하는데, 수혜법인의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증여세 신고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배주주 지분을 계산하는 방법 등이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지배구조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누가 주체가 되야하는지 불분명하다. 더구나 명확한 주체라고 하더라도 현재 주식배당소득세를 메기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영업이익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하는 꼴이어서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일감에 대한 수익이 명확치 않은 경우도 많은데 더구나 일률적으로 과세를 추진한다는 것은 문제"라면서 "최근에 기업들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에 일도 개방을 많이 하지 않았냐"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업도 제도권 취지를 이해하고 노력하고 있는데 기업경영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형국"이라며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게 문제이고, 이중과세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등 재계단체들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세부 제도가 앞으로 개선되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수관계법인과 거래비율을 계산할때 제품이나 상품 수출 목적의 거래매출은 거래금액에서 제외되나 용역수출금은 제외되지 않는 등 이런 구분을 하고 안하고의 세부 대상 문제는 반드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일감 몰아주기를 과연 어떻게 보고있느냐에 대한 시선도 문제"라며 "그동안 기업들이 계열사에 일감을 나누고 했는데 '일감 몰아주기' 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기업경영의 수직계열화에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백 실장은 또,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기업경영이고, 어디까지가 부당행위인지 판단이 어렵다"면서 "실제로 증여받지 않은 이익에 과세를 한다는 것은 억지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금의 규제들이 정상적 기업활동과 나쁜 불공정행위의 뚜렷한 경계선상이 모호하다"며 "결과적으로 제도가 기업에게 떠넘기는 거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감 몰아주기 과세 신고 대상자로 통보받은 기업들은 이달 말까지 상속ㆍ증여세를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무신고 가산세는 일반적으로 과세금액 대비 20%지만 허위 작성 등 부정한 방법을 썼을 때는 가산세가 40%까지 높아진다. 기간 내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미납 기간에 대해서는 납부불성실 가산세가 붙는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노경은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