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 국회 경제민주화 과잉입법에 '급제동'
[뉴스핌=정탁윤 기자] 지난 대선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경제민주화 논의가 18일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경제민주화 과잉입법 규제' 발언을 기점으로 '경제 살리기'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 완화 출구 전략 논의와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인한 우리 경제의 위기 및 불확실성이 하반기 경제운용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경제민주화 논의는 잠시 미루더라도 우선 경제를 살리고 보자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잇따라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 "공약이 아닌 것도 포함돼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4월 15일), "기업활동 위축시켜선 안된다"(6월 17일)며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에 제동을 건 상태다.
정부 역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과잉입법과 부실입법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금지 관련 과잉 입법 논란이 일자,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관여를 추정하는 이른바 '30%룰'을 철회하는 등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급기야 현오석 부총리까지 나서 "정책 목표가 바람직하더라도 추진 과정에서 기업의 위축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 활동이 잘돼야 경기 회복도 빠르고 저성 장 흐름도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국회 본회의 장면 [사진=뉴시스] |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중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 가능성이 높은 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FIU(금융정보분석원)법 등 3개 법안이다.
프랜차이즈법(가맹거래사업거래 공정화법)과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법(공정거래법 개 정안)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FIU법)’을 둘러싼 이 견으로 결국 3개 법안이 통째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앞서 여야는 6월 임시국회에서 이 3개 법안을 우선 논의해 처리키로 합의한 바 있다.
또 대기업 총수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 이번 6월 임시국회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기업 순환출자 규제와 금산분리 강화법 등 다른 경제민주화 핵심법안은 사회적 논란이 커 9월 정기국회 이후로 넘어갈 가능이 높다.
그외 '남양유업 방지법' 등 여야가 경쟁적으로 발의한 여타 경제민주화 법안의 경우 여야 간 이견이 큰 데다 물리적 시간도 부족해 6월 국회 처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더욱이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국회가 파행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 6월 국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방지 등 행태에 대한 불공정성을 먼저 처리키로 한 상황이다. 즉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를 막기 위한 불공정 거래에 대한 법률은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고, 대기업 지배구조와 금 산분리 같은 문제는 좀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현재 경제민주화와 국정원 국정조사를 이른바 '투트랙' 전략으로 끌고가기로 했지만, 당내 일각에서 장외투쟁 주장이 나오는 등 국정원 국정조사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 실체 불분명한 경제민주화에 대한 피로감도
정치권에선 실체가 불분명한 경제민주화 논란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대선 기간을 거치며 1년 넘게 이어온 경제민주화 논란에 다른 민생현안이 묻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9일 "최근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나 창조경제 논의는 이명박 정부 초기 당시 '녹색성장' 구호를 떠올리게 한다"며 "깃발만 나부끼고 (경제가) 나아지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재계를 중심으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발의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도 경제살리기쪽으로의 방향 선회를 부채질하고 있다.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주요 경제단체는 현재 경제민주화 입법저지에 나선 상태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