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연방준비제도의 출구전략 관측이 고조되면서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호전된 지표에 주식과 채권 시장이 엇갈리는 "대 순환(Great Rotation)"이 아니라 이들 두 자산군이 동시에 취약해지는 "그레이트 슬로우테이션(Great Slowtation)"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17일 라보뱅크의 일 그래험 타일러 채권 전략가는 CNBC뉴스에 출연, 최근 위험 자산은 미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 지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역설적인 현상은 최근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이 경제 활동 여건이 아닌 유동성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라보뱅크는 6월 월간 전망 보고서에서 올들어 전문가들의 '대 순환' 흐름 예상이 실현되지 않고 주식과 채권이 동반 강세를 보인 것은 '그레이트 플로테이션(Great Floatation)', 즉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정책으로 유동성이 늘어나며 주요 자산군이 모두 부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보고서는 경제 여건이 부진한 상황 속에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부양책을 철수한다면 주식과 채권이 모두 약세를 보이는 최악의 '슬로테이션'이 전개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타일러 채권전략가는 연준이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 시장에서는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데 대해, 투자자들이 출구전략 관측에 국채를 팔고 있지만 만약 미국 주요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준은 근본적으로 완화정책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의사록을 통해 자산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완화 프로그램을 더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만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타일러 전략가는 이어 "앞으로 관건은 연준이 얼마나 빨리 출구전략을 실행하는가에 달려 있다"면서, 거시지표가 강하게 나온다면 연준이 너무 조기에 완화정책을 철수한다는 우려를 달래주면서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대 순환' 전망을 지지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거시지표가 예상 수준이거나 기대치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위험 보유성향이 줄어들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주변국 채권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동시에 미국과 독일 국채까지 매도 압력에 노출되는 사태, "말하자면 최악의 시나리오인 '그레이트 슬로우테이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그는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