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콘크리트 건물에서 탈피..IT와 결합한 미래형 도시 조성
[3편] 건설업, 컨버전(융합) 시대를 이끈다.
[뉴스핌=이동훈 기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제품은 TV(텔레비전)라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좌우하는 제품은 무엇일까? 지금으로선 스마트폰을 꼽을 수 있다. 스마트폰은 음성 기반 통신수단을 넘어 인터넷으로 세상과 연결한다. 스마트폰의 사용 용도는 게임, 정보 검색, 쇼핑, 오락 등 다양하다. '손 안의 미디어'로 각광받으며 21세기 초반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통신기기일까. 전자제품일까. 게임기일까...산업 측면에서 보면 스마트폰이 21세기의 주역이 된 데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컨버전(Conversion, 융합)이다. 스마트폰은 통신기기이면서 전자기기이면서 게임기이기도 하다. 이제 디자인 요소까지 갖춰 패션 아이템도 됐다.
컨버전은 21세기를 푸는 열쇠다. 2G폰 시장에서 세계 1인자였던 노키아와 세계 최초로 워키토키를 내놓은 모토롤라가 저무는 것은 융합에 실패해서다. 1980년대 전자왕국을 자랑했던 소니가 세계시장에서 뒷 방으로 물러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융합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도구가 아닌 생존의 방법이 됐다.
70년간 대한민국 기간산업으로 군림했던 건설업도 융합의 벽에 다달랐다. 건설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을 뛰어 넘어 미래 사회의 기간산업이 될 수 있다. 미래 사회의 전자동화된 세상, '유비쿼터스(Ubiquitous)'를 만들어 나가는 데 건설업이 핵심산업이기 때문이다. 공학을 기초로 철강, IT(정보기술), 전자, 문화가 결합된 유비쿼터스 세상. 건설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미래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사양산업에서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위기의 건설업. 어떤 변신이 필요할까? 해답은 역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IT와 결합이다. IT와 융합한 '유비쿼터스시티(u-시티)'가 그 결과물이다.
유비쿼터스는 전자동화된 세상을 말한다. 건설사가 건축물 조성부터 각종 시설운영까지 맡아야 한다. 건물의 외관만 짓는 현 토목, 공학기술을 뛰어 넘는 융합의 기술이 필요하다.
건설업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육성 발전이 필요한 셈이다.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건설산업은 앞으로 융합된 도시를 만드는 사업에 기술력을 쏟아야 한다"며 "시설물만 건설하고 끝내는 산업이 아닌 건설과 서비스를 연계한 사업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비쿼터스의 본질은 편리함이다. 과거 인텔리전트 빌딩처럼 배워야 알 수 있는 편리함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느끼는 편리함이다.
보행자가 지나면 가로등이 켜지고 전기와 가스, 수도 등도 원격으로 검침한다. 빌딩과 아파트 내 온도와 습도 등이 날씨에 맞게 자동 조절돼 쾌적한 생활도 가능하다. 또 헬스케어와 접목해 집안에서 자신의 건강을 검진할 수 있고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는 조언을 원격으로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어찌 보면 단순한 기술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아직 유비쿼터스를 완전히 구현한 곳은 없다. 미래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놓여 있는 셈이다.
다행히도 우리 건설사의 유비쿼터스 기술은 세계에서도 1~2위를 다투고 있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자평이다.
정부가 추진한 국내 U-시티 현황 |
정부도 유비쿼터스를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IT 융합기술에 올해부터 향후 5년간 637억 투입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미래사회 기반인 유비쿼터스 사업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중국, 홍콩을 비롯해 유럽 신진국은 건설과 IT기술을 접목한 u-시티, 스마트시티 구축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텔리전트 시티, 스페인의 디지털 마일, 홍콩의 사이버 포트, 핀란드 헬싱키의 버추얼 빌리지, 싱가포르의 원-노스 등은 대표적인 유비쿼터스 사례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60여개 도시를 `스마트 도시`로 바꾸기 위해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오는 2015년까지 50조원을 들여 중국내 300여 도시를 스마트 도시로 바꾼다는 전략이다.
◆유비쿼터스는 빛나는 창조경제 사례
유비쿼터스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이용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본보기다. 건설업이 IT, 문화와 결합해 훌륭한 창조경제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 MNE센터 시스템융합팀 관계자는 “국내 건설과 IT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인 데다 미래형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건설-IT 융합기술의 관심과 투자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비쿼터스 시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건설-IT 융합 시장 규모는 지난해 320조원으로 추정된다. 오는 2015년 380조원, 2020년 47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건설·IT간 융합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60%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기존 IT기업이 주관하는 u-City 사업이 많았으나 건설사가 주관하는 프로젝트가 늘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발빠른 변화가 요구된다. 삼성물산 MNE센터 시스템융합팀 관계자는 "글로벌 건설사들은 이미 u-시티, 스마트시티 등에 성과를 이뤄내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은 투자에 소극적이다 보니 눈에 띄는 실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도 각종 규제를 없애 민간 건설사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해외시장의 정보제공과 자금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