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갑작스러운 엔화 강세가 월가를 강타했다. 엔-캐리트레이드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주식을 중심으로 자산시장에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고,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의도하지 않은 자산 청산이 초래할 수 있는 재앙을 경험한 투자가들은 엔화 강세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UBS는 엔화 강세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보다 커다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직접적인 요인으로 엔-캐리트레이드의 청산이라고 주장했다.
엔화 강세와 일본 주식시장의 베어마켓 진입이 월가는 물론이고 그밖에 주요 자산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헤지펀드를 포함한 이른바 ‘큰손’ 기관들은 일본 엔화를 거의 제로금리에 조달해 미국과 일본 주식부터 금과 채권, 부동산까지 다양한 자산을 매입한다.
이같이 조달 비용이 거의 없이 확보한 자금으로 고수익 창출을 겨냥하는 전략이 엔-캐리트레이드다. 이 때 기관 투자자들은 외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통상 엔화에 하락 베팅한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내세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례 없는 대규모 부양책을 단행하자 투자가들은 더욱 공격적인 엔-캐리트레이드에 나섰고, 엔화에 대한 숏포지션도 크게 늘어났다.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자산을 매입해 유동성을 풀어내면 엔화 가치가 더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실제로 엔화는 아베 총리의 부양책 시행 이후 달러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에 대해 급락 양상을 나타냈다.
문제는 최근 엔화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달러/엔이 장중 93엔선까지 내리꽂힌 데 있다. 엔화 하락과 닛케이225 평균주가의 고공행진으로 돈잔치를 벌였던 트레이더들이 예기치 않은 엔화 폭등에 캐리트레이드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주식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엔-캐리트레이드와 엔화 숏포지션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은 물론이고 일부 트레이더들은 파생상품 손실 폭이 커지면서 마진콜을 맞기도 했다. 지난 12일 뉴욕증시가 초반 강세에서 하락 마감하는 널뛰기 장세를 연출한 배경에 엔-캐리트레이드의 포지션 청산이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아트 카신 UBS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위기에서 강제적인 포지션 청산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하는가를 명확하게 확인했다”며 “엔화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자산시장 전반에 커다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