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수집업계 경쟁심화로 개인정보 가격은 1달러도 안돼..마케팅에 적극 활용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미국 정부가 전 세계 10억 인구에 대한 정보를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폭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이보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더 많다. 그만큼 개개인의 정보가 '빅 브러더'에 의해 감찰, 수집되고 있을 것이란 의구심이 강했다는 얘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정부 외에 이미 민간 기업들도 고객 정보 축적에 혈안이 돼 있으며,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개인 정보당 가격은 형편없이 떨어져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객에 대한 감시 혹은 정보 수집은 웹 검색과 소셜네트워크, 혹은 정보를 갖고 있는 주체로부터의 구매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관련 산업 규모만 수십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FT는 추정했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시장은 수십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출처=파이낸셜타임스) |
고객 정보라고 하는 범위도 넓디넓다. 개인이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 신용평점은 어떻게 되는지, 심지어 임신한 여성의 경우 출산예정일까지도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는 상황. 기업들은 고객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거나 이를 예측할 수 있도록 각종 정보들을 긁어 모으고 있다.
그런데 개인 정보 수집 자체가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개인 정보 가격은 형편없이 낮다. FT 자체 조사 결과 나이, 성별, 사는 지역 같은 개인 정보는 1인당 0.0005달러에 불과하다. 1000명일 경우에도 0.5달러에 지나지 않는단 얘기. 소셜네트워크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한 정보라고 해봤자 1인당 0.00075달러일 뿐이다. 조금 더 비싼 정보라면 수입이 얼마나 되는 지, 쇼핑에 대한 기록이라든지 하는 것들인데 이런 것들은 1인당 0.001달러다.
관련 회사를 세운 한 창업자는 "당신(당신의 정보) 가격은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개인 정보로 떼돈을 버는 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난 수 년간 이처럼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성공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전언이다.
(출처=파이낸셜타임스) |
리즈플리스닷컴(LeadsPlease)이란 곳은 암이나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 등을 판매하고 있는 곳인데, 1인당 정보 가격은 0.26달러. 항암제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나 항우울제 파록세틸(Paxil) 등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약 정보도 포함된다. 정보를 대량 구매하면 가격을 더 낮춰준다. 5만~10만명에 대한 정보를 사면 1인당 정보 가격은 0.14달러로 떨어진다.
ALC 데이터(ALC Data)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리스트를 신용평점으로 분류한 정보를 판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블루 크로스(Blue Cross)와 블루 쉴드(Blue Shield) 등 보험사나 이동통신사 스프린트 넥스텔, 유틸리티 업체 TXU에너지 등이 지난 1년간 이곳에서 정보를 산 대형 고객들이었다.
ALC는 미국 내 출생 정보의 80% 이상을 파악하고 있다. 유아 정보에 대한 경쟁은 남달리 심하다. 이 회사는 최근 임신했거나 출산한 엄마들, 그리고 그들의 이모나 고모, 할머니, 친한 친구와 이웃들에 대한 정보까지를 포함한 '신생아 네트워크(Newborn Network)'란 정보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 시장은 그러나 이미 성장기를 지나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 업계에 대한 규제는 마땅히 없다. FT는 이들 업체들이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자면 진료 기록이나 처방전 기록에 대한 정보를 판매할 때는 환자의 이름, 혹은 이 환자임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는 지우는 식이다.
경쟁이 치열해진 레드오션이지만 부상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소셜 미디어를 모니터링하는 클라우트(Klout)란 곳이 대표적. 이 곳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어떤 사안에 대해 논쟁하는지,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대답하는 지 등에 대한 지식을 수집한다.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을 골라내 이들을 구전 마케팅에 이용하면 3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일부 마케터들이 이를 구매해 긍정적인 소문을 많이 내는 이로 지목된 이들을 골라 이들에게만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의 에드머럴스 클럽(Admirals Club) 라운지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