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에 맞지 않는다", "취업제한 과도하다" 볼멘소리
[뉴스핌=김연순 기자]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우리금융연구소 대표에 내정되면서 금감원 내부에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내 금융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주 전 부원장이 가는 자리로는 '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내부 시각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재성(사진) 전 부원장(은행 및 중소서민 담당)은 우리금융지주 계열인 우리금융연구소 대표로 내정됐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주 전 부원장이 여신금융협회장 하마평에 올랐을 때도 내부에선 격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국내 최고 금융전문가가 30명 남짓한 민간연구소 대표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주 전 부원장이 여신협회장 하마평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본인이 얼마나 불편하겠냐고 생각하는 내부 인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주 전 부원장은 여신협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공모에 지원 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왔고, 실제 기재부 국고국장 출신인 김근수 전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차관급)이 내정됐다.
이런 상황때문에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인사 적체에 따른 자리 다툼으로 금감원이 주요 자리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밀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시에 금감원 내부에선 표면적으로 '부원장급'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얘기하지만 이 바탕에는 지나친 취업 제한이 고급인력의 손발을 묶어버린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현행 공직자 윤리법에 따르면 금감원 4급 이상 직원들은 모두 금감원을 퇴직하면 2년간 국내 상장사는 물론 업무상 관련있는 외감업체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현직 금감원 간부들의 고민과도 맥이 닿아 있다. 과거 부원장보급 임원의 경우 유관기관으로의 이동이 마땅치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이 김앤장, 광장 등 유명로펌의 고문 자리였다. 하지만 이 마저도 공직자윤리법 시행으로 어렵게 됐다. 금감원 국장들의 경우에도 과거 금융회사 감사 등으로 옮겨갔지만 취업제한으로 통로자체가 차단돼 있다.
지난해 부원장으로 승진한 지 1년도 안된 금감원 박원호 전 부원장이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으로 이동한 것이 금감원 임원들의 고민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통상 한단계 아래인 부원장보급이 금융회사 유관기관 간부로 이동한 경우가 일반적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퇴임 후 자리 이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직에서 이동이 가능할 때 옮기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높았다. 당시 박 전 부원장의 금투협 자율규제위원장으로의 이동이 최선의 선택이란 평가도 나왔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주 부원장은 국내 금융에 있어서는 손꼽히는 최고 전문가인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갈 만한 곳이 없다"면서 "국가 금융산업 발전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금감원의 퇴직자 취업제한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 원장은 "명예, 권력, 돈 이 세 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다"면서 "금감원 퇴직자 취업제한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