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이 현금 자산을 다시 비축하기 시작했다. 반면 투자는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1분기 미국 기업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1조73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1분기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됐으나 설비 투자가 2010년 1분기 이후 최저폭으로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현금 자산이 대폭 늘어났다.
2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 결과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투자를 적극 늘릴 만큼 경기 회복에 대해 강하게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리서치 업체 어닝스 스카우트의 닉 라이크 최고경영자는 “기업들이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쥔 채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을 경우 사회적인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경제 둔화와 유로존 침체, 여기에 해외에 보유한 현금을 국내로 환입할 경우 적용되는 35%의 세율 등이 기업의 투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BB&T 애셋 매니지먼트의 월터 헤위그 펀드매니저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을 취하고 있다”며 “투자를 묶어둔 채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거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러셀3000 지수에 편입된 2267개 비금융 기업의 현금 자산은 1분기 13% 늘어나 2011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폭을 나타냈다.
반면 같은 기간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는 21% 급감했다. 이는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감소폭이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닐 듀타 이코노미스트는 “시장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 기업들이 현금을 대규모로 비축하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1.6%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1분기 2.5%에서 상당폭 후퇴한 것이다.
연초 급여세 인상에 따른 파장이 2분기부터 가시화될 수 있고 지난 3월부터 발효된 예산 삭감 역시 실물경기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