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재계·노동계 등 첨예한 입장 차이…상여금 포함 여부가 핵심
[뉴스핌=정탁윤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5월 초 방미기간중 등장한 '통상임금' 문제가 정치권의 새 화두로 떠올랐다. 경제민주화 이슈와 더불어 오는 6월 임시국회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20일 고용노동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근로자의 각종 수당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임금으로,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 최근 논란의 핵심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지 여부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그만큼 초과 근로수당이나 퇴직금 규모가 늘어나 기업의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는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반면, 정부와 재계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방미 기간중 "엔저 현상과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댄 애커슨 GM 회장의 언급에 대해 "GM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가 갖는 문제이니까 이 문제를 확실히 풀어가겠다"고 답변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 국회 본회의 전경 [사진=뉴시스] |
새누리당은 노사정위에서 타협을 도출한 뒤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정부 기조와 보조를 맞춘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통상임금 산정기준에 현행 기본급 뿐만 아니라 정기 상여금도 포함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 경우 전체 근로자 수당과 퇴직금이 인상된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 "회사 보수규정 등에 따라 엄청나게 다양하기 때문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일괄적으로 포함하면 엄청난 혼란이 초래된다"면서 "(최근 논란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생긴 문제로 시행령에 넣으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국민 모두의 문제인 노동과 임금을 더 이상 노조에만 맡겨두지 않겠다"며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과 함께 본격적인 쟁점화를 예고했다.
현재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 등 초과 근로가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최소 38조5509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맥쿼리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자동차와 조선업체가 소송에서 패소해 통상임금을 재조정할 경우 일시적으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올해 예상 이익의 2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노동계는 당연히 받아야 할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 데다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만큼 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기본급은 낮고 각종 보너스만 덧붙여진 기형적 구조를 뜯어고치는 게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노동부 "통상임금 관련 노사정 대화 공식제안"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한 노사정 대화를 공식 제안했다.
방 장관은 "최근의 논란은 상여금과 각종 수당의 증가 등 임금체계가 복잡․다양해지는 가운데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지침과 판례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으나, 통상임금의 기준에 대한 법령의 개념 정의규정이 추상적이어서 해석상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방 장관은 "전체 임금체계에 대한 고려없이 통상임금 범위만을 변경하는 것은 근로자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사이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며 "고용-생산성-근로시간 등 노동시장과 고용구조 전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복잡하고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해석상 논란이 없도록 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노사가 윈-윈 하는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론을 통한 합의 도출과 노사정의 공동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