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애플이 천문학적 규모의 보유 현금 때문에 주주들로부터 배당금 압력에 직면,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이 화제가 된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 역시 보유 현금이 막대한 수준으로 불어나 있어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월가 유력 신문이 보도했다.
지난 7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말 기준으로 삼성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 규모는 400억 달러(43조 5080억 원) 으로 늘어났고 부채를 제외한 순현금 포지션도 285억 달러(31조 원)이라며, 삼성의 현금 보유가 늘어난 것은 스마트폰 부분에서의 이익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설비투자 역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P 캐피탈 IQ 자료에 따르면 최근 회계연도 말 삼성의 현금 유동성 규모는 차이나 모바일(640억 달러)에 이어 아시아 2위 수준이라고.
WSJ는 일단 현금보유액이 늘어났지만 딱히 지출할 데가 없다면 주주들이 배당금을 높이거나 자사주 재매입을 통한 수익 확대 방안 등을 강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문은 이어 애널리스트들이 소프트웨어나 의료장비 등 특정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샌포드C.번스타인 애널리스트 마크 뉴먼은 삼성이 조만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형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삼성이 향후 2~3년 내로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줄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자사주 재매입에 나설 확률이 크다고 봤다.
한편, WSJ는 삼성과 애플은 현금 보유의 목적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특히 삼성의 경우 메모리나 패널 사업 부문이 현 수익에 크게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업계 선두주자의 위치에 있는 만큼 해당 부문들에 대한 설비투자를 게을리 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애버딘 자산운용 소속 투자매니저 크리스토퍼 웡은 삼성의 연간 자본지출 규모나 첨단기술업계의 주기적 특성을 고려하면 삼성이 지금처럼 막대한 보유 현금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이 현금 사용처를 계속해서 찾을 수만 있다면 보유 현금액이 늘어나도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