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정 출범 첫날 총리실서 총격…3명 부상
[뉴스핌=권지언 기자] 이탈리아가 수 개월 간의 정국 교착 상황을 끝내고 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출범 첫날부터 총리실 근처서 총격사건이 벌어진 데다 연정 내 합의 도출 과정도 쉽지 않아 보여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8일 정식 취임한 엔리코 레타 총리는 자신이 이끌 대연정 구성원 명단을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정부는 레타 총리가 속한 중도 좌파 민주당과 중도우파의 자유국민당, 마리오 몬티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연합을 비롯해 경제 전문가와 뉴페이스들로 구성된 대연정 형태다.
특히 이번 내각에는 역대 가장 많은 수인 7명의 여성 의원과 40대 의원들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46세인 레타 총리가 구세대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의식한 초이스라는 평가다.
부총리 겸 내무장관에는 안젤리노 알파노 자유국민당 사무총장이 지명됐고, 재정경제장관에는 파브리지오 사코마니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지명됐다. 또 외무장관 자리에는 엠마 보니노 유럽집행위원이 지명됐다.
레타 총리가 꾸린 새 내각은 29일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신임투표를 거치게 될 예정으로 무난한 승인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총리실 밖에서는 총격전이 발생해 경찰관 2명과 시민 1명이 부상했다. 이중 경찰관 한 명은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지 프레이티로 알려진 무직의 용의자는 범행 직후 검거됐는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그가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진 상황이었다”면서 “장관들을 겨냥했지만 여의치 않자 경찰과 시민을 쐈다”고 설명했다.
알파노 부총리 지명자 역시 이번 총격은 개인 소행이라고 밝혔고, 전반적인 공공 질서는 우려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혼란 상황을 제외하고도 레타 총리가 넘어야 할 산들은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당 내 영향력이 여전히 상당한데다 몬티 정부가 도입한 부동산세 유지 등과 같은 민감한 이슈들에 있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 논설위원 마르셀로 소르지는 “이번 정부는 젊고 유능하며 상당수 의원들이 베를루스코니 시대의 분열 정치를 꺼려하는 인물들”이라면서 “다만 이 점이 새 정부의 가장 큰 취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