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우여곡절 끝에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갈 길 바쁜 이탈리아가 대통령 선출이라는 고비 하나를 넘기긴 했지만 정국 혼란이 진정될 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다.
지난 주말 이탈리아 의회는 나폴리타노에 과반이 넘는 738표의 찬성표를 던지며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탈리아에서 대통령 연임은 사상 처음이다.
앞서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연임 거부 의사를 밝혀 왔지만 의회가 대선 후보로 나선 프랑코 마리니 전 상원의장과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를 잇따라 거부하자 어쩔 수 없이 출마 제의를 받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 뒤 TV 성명에서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국가의 어려운 상황을 비롯해 나라 및 국민들의 문제점, 세계에서 이탈리아의 이미지와 제도적 역할 등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구성 가능성은 아직까지 논의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지만, 정치분야 애널리스트들은 대연정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시급한 경제 조치나 새로운 선거법을 포함한 일부 중요한 개혁 조치 등을 밀어 부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21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폴리타노의 재선은 오히려 논란이 될 만한 솔루션으로, 현재 이탈리아 정당들이 마주한 심각한 이견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주요 중도좌파와 중도우파의 지지를 모두 받은 점은 양측이 정부 구성 논의에 더 적극 참여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반정부 세력인 베페 그릴로의 오성운동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평가다.
그릴로가 대연정 구성을 막지는 못하지만 이들에 반발하는 민심을 부추겨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탈리아 정치 논평가 안토니오 폴리토는 “(나폴리타노 당선은) 이탈리아 정치 시스템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신호가 아니다”라면서 “현 시스템은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더 이상 갖추고 있지 않다. 의회 시스템도 붕괴됐고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세라 논평가 페데리코 푸비니 역시 “지난 몇 주 간 이탈리아 정치 시스템의 행태는 이탈리아의 평형 상태가 깨졌음을 아직까지 인식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면서 “(정치인들은) 이해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